국내 최초 365일 전용관 ‘G-시네마’ 운영 140여편 개봉… 전국 대비 30%이상 상회
3여년 성장 발판 상영관 19개관으로 확대 2차 부가판권 도입 독과점 배급시장 개선
민간홍보단 ‘G서포터즈’ 활동도 적극 지원
그는 지난달 22일 저녁 집 근처 라페스타 롯데시네마를 찾아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을 봤다.
정씨는 평소 상업영화를 즐겨 찾았지만, 이날은 ‘다양성 영화의 날’로 지정되면서 할인된 관람료 5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단 사실에 뚜르를 선택했다. 마침 상업영화에 식상함을 느꼈던 차였다. 뚜르는 한국인 최초 뚜르 드 프랑스 3천500㎞를 완주한 희귀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성 영화다.
정씨는 얼마 남지 않은 삶, 하고 싶은 일,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등을 키워드로 한 뚜르를 보며 한동안 상업영화에서 맛볼 수 없었던 뭉클함을 느꼈다. 정 씨는 “상영시간 97분이 값졌다”며 “다소 투박했지만, 다양성 영화란 수식어를 달고 나온 뚜르는 내게 새로움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 다양성 영화 산업의 메카를 꿈꾸며
상업영화에 지친 사람들이 다양성 영화를 찾고 있다. 다양성 영화란 작품성, 예술성이 뛰어난 저예산의 독립 영화 등을 말한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다양성 영화 중엔 상업영화보다 재밌고 감독적인 작품들이 훨씬 많다는 게 다양성 영화를 접한 이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다양성 영화는 그동안 영화관에서 점점 설 자리를 뺏기고 있었다. 관객 수에 대한 맹목적인 관심 탓이었다. 2011년 전체 개봉작의 45%를 차지한 다양성 영화는 2015년 29%로 줄었다. 원칙도 사라지고 있었다.
영화 ‘부산행’은 지난해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를 미리 소개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무료로 열어온 시사회를 유료로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관객이 56만 5천614명. 이는 전체 관객 수에 고스란히 포함됐고, 개봉 초기 흥행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부산행은 덕분에 관객 수 1천100만 명을 돌파했다.
흥행은 곧 세일즈 실적으로 연결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산행은 931억 5천867만 원을 벌었다. 문화예술의 꽃을 다채롭게 피우기 위한 ‘실험실’이 돼야 할 영화계 토양이 과정은 생략된 채 결과만 주목하는 스코어 보드로 가려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렇듯 원칙은 깨지고, 흥행과 수익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양성 영화는 일반 상영관에서 찾기 어려운 전유물이 돼 버리고 있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다양성 영화 산업 육성 사업은 관객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경기도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노력의 과정”이라며 “특히 저예산영화에 대한 상영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고”고 말했다.
■ 국내 최초 365일 다양성 영화 전용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경기도에 365일 다양성영화 전용 상영관을 개관했다. 당시 경기콘텐츠진흥원은 기초지자체와 도심형 지역밀착형 동시개봉관 협약을 체결하고 운영분담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매월 상영작 선정에 돌입했다. 사업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서는 감독, 배우와 관객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마련했다. 이게 경기도 다양성 영화 상영관인 G시네마의 시작이었다.
여느 사업처럼 시작은 미미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2013년 당시 경기도 내 확보한 상영관 수는 9개에 불과했다. 도심형 4개, 지역형 5개였다. 상영관 수가 적은 만큼 관객 수, 그러니까 흥행에서 큰 성과를 거두긴 어려웠다. 개봉을 지원한 작품 수는 36편이었지만, 관객 수는 1만 6천 명을 그러 모으는 데 그쳤다. 상업영화에서 이 정도의 관객 수는 흥행실패, 영화 산업으로 따지자면 사업실패에 가까웠다.
그러나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애당초 관객 수를 바라보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사업 첫해 뒤에도 독과점 배급체제에 대한 대안적 배급체제 형성과 영세배급사의 2차 부가판권 시장 개선과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외국인 단체 등 문화향유기회 확대지원을 통한 문화와 함께하는 경기도 이미지 강화 효과를 기대하며 사업을 지속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이듬해인 2014년 상영관 수를 13개 관으로 늘렸다. 도심형은 3개로 하나 줄이고, 지역형을 10개로 확대했다. 개봉지원 작품 수도 38편으로 늘렸고,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37회나 개최했다. 효과가 있었다. 관객 수가 2만 2천231명으로 6천여 명 늘었다.
여전히 많지 않은 관객 수였지만, 전년 대비 줄어든 예산을 감안하자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였다. G시네마의 존재를 경기도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난 3년 동안의 성장을 발판으로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G시네마 상영관을 19개 관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개봉지원 작품 수는 25편으로 감소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노력에도 다양성 영화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영화계에서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화 ‘우리들’을 지원해 국내 다양성 영화 관객 수 순위 3위에 오르는 데 이바지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범죄의 여왕’을 지원해 다양성 영화 관객 수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게끔 도운 것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개봉작 관객과의 대화 개최 시 감독과 배급사 실무자들로부터 업계 현안 및 운영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다양성 영화 발전에 주도적 역할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다양성 영화 산업 육성 사업 영역을 보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롯데시네마와 협약을 맺고 365일 다양성 영화 상영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도내 3개의 롯데시네마(부천, 안양 일번가, 고양라페스타) 상영관에서 매일 다양성 영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뚜르 외에도 10대 소년 특유의 천진함과 불안함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눈발’, 위안부 비극을 겪게 된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 이야기를 다룬 ‘눈길’을 상영작으로 선정해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2013년부터 시작된 다양성 영화 산업 육성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140여 편의 작품이 개봉했다. 이는 다양성 영화 전국 개봉 편수 대비 30% 이상을 상회한다. 그만큼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다양성 영화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특별상영회, 도심형지역형 상영관 및 프로그램운영위원회를 통한 작품 선정, 상영작품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