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캠핑도 하는 오산 꿈두레도서관 별도 보고 달도 보는 의정부 과학도서관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파주 가람도서관 등 이색 문화공간 변신… 365일 남녀노소 ‘발길’
가까이 다가가보니 공용 수돗가에는 엄마들이 모여 야채를 씻고 있다. 평상 옆에서는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며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익숙한 캠핑 모습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산시에 사는 이웃 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1박2일 캠핑을 하는 중이다.
신나게 어울린 아이들이 텐트 대신 수선화, 능소화, 금낭화, 해당화 등 꽃 이름이 붙은 원통형의 숙소 중 한개 동에 모인다. 이내 엄마가 읽어주는 책속으로 빠져들어 재잘재잘 상상의 나래를 편다. 책은 끊임없이 나온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주위로도 책이 쌓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잇달아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에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도 더욱 반짝인다. 캠핑장인듯 캠핑장 아닌듯, 이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정답은 ‘도서관’이다. 옆사람에게 피해라도 갈까 봐 살금살금 걸어다니고 조용조용 책장을 넘기는 여느 도서관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이 도서관은 바로 오산시의 꿈두레도서관이다. 얼핏 보면 캠핑장 같은 이곳은 전국에서 캠핑할 수 있는 최초의 도서관으로 명물이 됐다.
“도서관에서 친구들이랑 뛰어놀고 고기도 먹으니까 아주 좋아요.”
지난 7일 저녁 8시 오산 꿈두레도서관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이헌웅군(광성초 4학년)은 이같이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꿈두레 도서관은 2014년 개관, 기획 단계부터 책 읽으며 캠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북캠핑장은 무료로 운영한다. 이용 조건은 두 가지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어야 하고, 퇴소시 동반한 아이들은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오산 시민의 신청을 1차로 접수하지만, 도민 누구나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다. 한겨울을 제외하곤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있다.
아이들의 즐거움은 부모의 기쁨이다. 특히 독서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부담이 될까 강요하지 못했던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책읽는 습관을 만들 수 있어 호응이 좋다.
헌웅군의 아버지 이성욱씨(38)는 “집에서 강요하는 것보다 독서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니 훨씬 좋다”며 “자녀와 같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민 반응에 꿈두레도서관은 독서 캠핑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이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만 대상으로 한 1박2일독서캠핑, 보물찾기, 문화예술공연, 독서 놀이·토론 등이다. 정형화된 도서관의 모습에서 탈피해 이색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는 도내 여기저기서 보인다.
파주에는 금난새 지휘자가 건의해 만들어진 음악 도서관인 가람도서관이 있다. 8천200여 점의 음악자료를 구비했다.
이 도서관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매주 공연장으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음악 도서관인만큼 애초 기획단계부터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마련, 현재 매주 클래식 공연을 진행한다. 음악감상코너도 있다. 도서관의 종합자료실에서는 헤드폰을 끼면 많은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고, 클래식 공연 DVD도 선택해 관람 가능하다.
주민들의 사랑방이 된 도서관도 있다. 주민복지관을 도서관으로 바꾼 의왕 숲속옹달샘도서관이 그것이다.
이곳에서 품앗이형 공동 육아를 실천하고 있다. 친목의 장에서 길어올린 아이디어를 실현해 벼룩시장, 무료 영화 상영, 체육대회, 독서 모임, 초청강연 등 동네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공동육아를 지향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교육도 마련했다. 스티커 붙이기, 물감 별자리 그림 그리기 활동, 반딧불이 미술시간 등이다.
송재술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팀장은 “도서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도서관들이 지역 특색을 살리고 지역 이용자들 요구에 맞추면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며 “한 도서관이 모든 것을 갖추기 어려워 도서관 별로 분담, 특화해 한 주제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수준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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