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게 높은 벽… LH 공공분양 아파트 '무주택자 눈물'

서민 없는 서민아파트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분양 아파트에 투기세력을 포함한 유주택자들이 몰리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대출규제가 낳은 현상이다.

 

16일 LH 경기지역본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가 작년 10월 수원 호매실 B-2블록에 분양한 999가구 규모 단지는 올해 400명에 달하는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했다. 이 단지는 소득과 자산이 일정 금액 이하인 무주택 서민들에게만 1순위 자격이 주어졌다. 조건이 까다로워 어렵게 청약에 당첨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히고, 올해 들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계약 포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LH는 지난달부터 공고를 내고 추가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입주자 모집에서 예상보다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서 물량 상당수가 여전히 미계약 상태로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도금 대출 취급 은행을 구했지만, 그럼에도 실제 계약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금리가 워낙 높은 데다 전체 분양가의 80%에 해당하는 잔금에 대한 대출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H는 오는 5월 유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입주자 모집을 해야지만 모든 물량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분양 아파트에 상당수의 유주택자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LH가 그해 5월 수원 호매실 A-7블록에 분양한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700가구)에는 300여 명이 넘는 당첨자들이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혀 끝내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당시 LH는 결국 미계약분이 속출하자 3차에 걸쳐 공고를 내고, 유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재분양에 나서 분양을 완료했다.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 절반 이상이 유주택자들로 채워진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향후에도 이처럼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분양 아파트에 유주택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은 자산이 전세금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중도금 대출 금리는 4%에 육박하고 있고, 잔금 대출 역시 시중은행이 깐깐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도록 하게 하고 있어 무주택자들로선 계약을 쉽사리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리서치전문업체인 리얼투데이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에 결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며 “공공분양 아파트만큼은 민간 분양 아파트와 차별화된 대출 규제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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