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취득 4명 중 3명은 ‘장롱면허’
구인난에 실습생 채용 행정처분 빈번
“일할 사람이 없는데 실습생이라도 써야지 어떡합니까”
수원시 장안구의 A요양원은 입소자 정원이 5명인 소규모 장기요양기관이다. 입소자 대부분 형편이 어렵고 노인 장기요양보험 등급이 낮아 대형 요양병원에 입소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그러나 A요양원은 최근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다니는 실습생들을 채용했다가 적발돼 ‘종사자 배치기준 위반’ 등으로 4개월 영업정지 및 1천700만 원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 지내던 노인들도 집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요양원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어머니를 A요양원에 모셨던 P씨(61)는 “형편이 어려워 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셨는데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요양원 관계자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고 실습생들을 채용했다”면서 “근무 기간 중 자격증을 취득했는데도 법의 잣대로만 행정처분이 내려졌다”고 하소연했다.
전국 장기요양기관들이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실습생을 고용하는 등 불법 운영을 하다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격증 보유자 4명 중 3명은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요양보호사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7일 한국요양보호협회에 따르면 경기도내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 28만4천700여 명 가운데 실제 활동을 하는 인구는 7만여 명(24.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도 140만 명에 이르는 자격증 소지자 중 33만여 명만이 요양보호사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이 가운데 90만 명은 지난 2010년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방법이 국가 자격시험제로 변경되기 전 교육 시간 이수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장롱면허’로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요양보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인력 수급이 어려운 일부 장기요양기관들이 자격증이 없는 실습생들을 채용하는 등 불법 운영에 내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장기요양기관 1천28곳을 조사한 결과 75.3%에 달하는 774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요양보호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장기요양기관 지원 정책이 대형 요양병원 등을 기준으로 한 탓에 소규모 요양원들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만으로는 요양보호사들의 인건비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지원 규모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정된 것”이라며 “일부 소규모 요양원의 경우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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