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인권센터 ‘인권영향평가’
‘지동 4투표소’ 경사로 가파르고 일부 장애인 화장실 안 갖춰져
5곳 평가 중 3곳은 배려 미흡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건물 지하, 2층 이상에 설치된 투표소,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건물 투표소 등 20개 투표소(수원시 전체 투표소 287개소)를 대상으로 ‘인권영향평가’를 하는 수원시 평가단이었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했다. 인권센터·인권팀 직원, 수원시인권위원회 위원, 수원시장애인유권자연대 장애인 등 12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투표소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투표소까지 이동 경로 장애물 여부, 투표소 경사로·장애인 전용 화장실·승강기 설치 여부 등을 세심하게 평가했다.
■ 현장 가보니…장애인 진입 어렵고, 전용 화장실도 없어
인권영향평가는 공공시설물, 정책, 자치법규 등이 시민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이번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는 노약자,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투표소 접근성, 투표 편의에 중점을 뒀다.
‘지동 제4투표소’로 지정된 못골 경로당은 장애인 유권자들이 진입하는 데 난관이 적지 않았다. 건물 진입 경사로 앞 보도블록이 움푹 패어 있고, 배수구도 있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가 수월치 않았다. 또 경사로가 너무 가팔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오를 수 있었다. 출입구마저 좁았고, 장애인 화장실 또한 없었다.
30m가량 떨어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경로당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인권영향평가를 한 신창호 위원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투표소 다섯 곳을 평가했는데, 세 곳은 불합격이라고 본다”며 “장애인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만 투표소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못골 경로당에 대해 ‘실외 경사로 앞 평지가 고르지 않고 배수구가 있어 바퀴가 빠질 위험이 있다. 실내 진입 시 턱이 있어 경사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인권영향평가 대상 투표소 중 장애인 배려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곳이 적지 않았다. 권선제일경로당은 건물 안에 턱이 있고,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었다. 영흥공원 배드민턴장은 장애인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노블레스 웨딩컨벤션은 공간이 비좁아 사람이 몰릴 경우 혼잡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투표소도 일부 있었다.
■ “우리도 투표권자”…인권센터, 개선 제시
신체장애 등으로 투표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유권자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투표하고, 투표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내는 ‘거소 투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은 거소 투표보다는 직접 투표소에 나와 참정권을 행사하길 원한다. 투표소 인권영향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평가에 동행한 박근섭 수원시 인권팀장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들에게 거소 투표를 권하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며 “장애인의 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시인권센터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각 구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관련 부서에 개선 사항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적 사항 시정 여부도 점검한다. 인권센터는 2018년 지방선거를 비롯한 향후 선거 투표소 선정에도 평가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할 계획이다.
수원시인권센터 관계자는 “투표권은 국민이 마땅히 행사하고 누려야 할 주권”이라며 “투표소 선정·설치 과정에 인권 침해적 요소가 없는지 미리 점검해 사회적 약자의 참정권을 확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명관ㆍ이관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