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당시 시 관계자들은 저개발국가 생산자의 빈곤 해소와 국제사회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윤리적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공정무역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 경제수도 인천의 선도적 이미지 제고를 거론했고 노인과 청년, 장애우 등에 대한 일자리 창출, 시민에게 양질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등 경제적 효과까지 언급했다. 아시아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정무역 도시를 추진한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었다.
현실을 보자. 2015년부터 인천시의 연간 사업비가 8천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사)공정무역인천광장, 인천YMCA, 인천아이쿱생협, 푸른두레생협 등 개별조직과 이들로 이뤄진 (사)인천공정무역단체협의회가 부담하는 2천만원을 합쳐 1억원으로 공정무역을 추진하는 상태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에 매년 홍보·교육, 캠페인, 이벤트만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인천시공정무역운영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지만 관련 예산 및 사업에 대한 검토 역할에 그치고 있다. 공정무역도시로서의 정책 입안, 전략 수립·추진을 탐하기에는 토대가 약한 것이다.
현재까지 공정무역도시를 선포한 지자체는 인천시를 비롯해 서울시와 경기도, 성북구, 부천시 등을 헤아린다. 서울시의 경우 공정무역 활성화에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나섰다. 한 예로 시민청에 ‘함께 사는 지구마을’이라는 공정무역 홍보부스를 운영, 방문객의 이해를 도우며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성북구는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행정조직 내 공정무역 전담팀을 신설하고 조례제정에 나섰다. 지역 내 커뮤니티 연대를 활발히 하고 서포터즈 운영 등 소그룹을 통한 지속성 확보방안을 마련해 왔다.
의회가 나서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예산을 지원하도록 한 경기도는 내년에 공정무역도(道)로 선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국회도 나섰다. 지난 3월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공정무역마을운동과 지역 공동체경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국내 공정무역의 정책 방향을 조망하고 지역에서의 착근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인천이 주춤하는 사이 타 지역 ‘공정무역호’가 순항하는 모습이다. 인천시의 초기 출발은 힘찼다. 특히나 커피와 관련해 자체 브랜드까지 개발,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를 갖고 있다. 정치 지형이 바뀌고 담당자들도 쉼 없이 바뀌는 상황에서 지금껏 이어온 노력마저 부정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공정무역 이니셔티브를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공정무역도시로 우뚝 서야 한다. 착취적인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에 대항할 대안무역, 그래서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의 집약체,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방법으로 각광받는 공정무역이다. 정책적 고민과 노력, 행정 조직과 시민적 기반 등이 잘 버무려진 공정무역 도시 인천을 자랑하고 싶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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