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도난 신고도 원격으로 신종방식 등장, 나날이 진화
해킹막는 백신프로 설치하고 수상한 파일 등 받지 말아야
“통장은 지급정지에, 카드도 안 되고 정말 깜박 속아 넘어갈 뻔 했습니다”
수원에 사는 M씨(34)는 최근 NH농협은행 콜센터 전화번호로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에는 ‘농협통장이 사기/명의도용으로 이용정지 중이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직후 M씨는 용인서부경찰서 수사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M씨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의심돼 경찰에서 지급정지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이 수사관은 당장 내일 경찰서로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강짜를 부렸다. 당황한 M씨가 “알겠다”고 대답하자 수사관은 “정확한 시간 등을 정해서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M씨는 재차 통장을 확인했지만, 실제로 이용이 불가한 상태였다. 카드도 분실신고돼 이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정확한 사유를 확인하려고 해당 문자에 적힌 은행 콜센터에 전화했더니, 이상하게도 카드와 통장번호는 물론이고 비밀번호까지 요구했다. 사실조회를 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수상한 낌새를 느낀 M씨는 다른 전화기를 이용해 은행 콜센터로 전화했다. 그러자 콜센터 직원은 황당하게도 “M씨 본인이 직접 통장 정지 신청을 했다”고 확인해줬다.
알고 보니 모두 보이스피싱 범죄집단이 M씨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자행된 일이었다. 실제 콜센터 번호로 전화해도 해킹을 당한 M씨의 전화기로 걸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됐고, 통장 도난신고 또한 원격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경찰 수사관이라고 했던 사람도 자신의 이름과 직위를 밝히지 못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M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직접 통장을 정지시키고 교묘하게 접근하니 순간 흔들렸다”면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다행히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스마트폰 해킹을 이용한 신종 방식이 등장하는 등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은 스마트폰 해킹을 막기 위한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수상한 인터넷 링크나 파일은 받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이나 경찰에서 절대 통장이나 카드 비밀번호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숙지해도 대다수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막을 수 있다”면서 “당황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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