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비전·정책은 뒷전… ‘무용론’까지 제기
5당 대선후보 TV토론회가 3회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후보들 간의 치열한 정책 경쟁보다는 남 탓과 네거티브 전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으로 치러져 후보의 정책 검증 기간이 짧은 만큼 TV토론을 보고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비교하고자 했던 유권자들의 실망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TV토론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돼지 흥분제’ 논란으로 인한 다른 후보들의 사퇴요구로 시작됐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국민 여러분께 토론에 앞서 양해를 구하겠다”며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홍 후보와의 토론을 거부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홍 후보는 강간미수의 공범”이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홍 후보에게 질문을 하거나 질문에 답변을 할 때도 “사퇴하라고 말했다. 얼굴 보지 않고 말하겠다”며 카메라를 응시하며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 “계속 말을 바꾸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에 문 후보는 “유 후보가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공격해) 실망스럽다. 토론태도를 바꾸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후보 역시 문 후보를 향해 “제가 ‘갑철수’인가 안철수인가”,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 등 정책과는 동떨어진 질문을 했고, 문 후보는 “방금 미래를 논의하자 해놓고 그 말이 끝나고 돌아서서 과거를 이야기한다. 저 문재인 반대하려고 정치합니까”라고 맞섰다.
이를 지켜보는 홍 후보도 “안·문 두 후보 토론하는 거 보니까 이게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내가 참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후보 자신도 문 후보의 6대 거짓말 의혹 시리즈를 발표하며 네거티브 싸움에 참전했다.
이에 이날 토론 주제였던 외교·안보·정치에 관한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경쟁은 뒷전으로 밀리며 ‘TV토론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후보와 정당은 토론이 끝난 이후 24일에도 ‘장외 공방’을 벌이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수원정)은 오전 논평을 내고 “안보 장사꾼들이 수십 년간 써먹던 색깔론이 안 먹히자 이번에는 거짓말 프레임 술책을 쓴다”며 보수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국당 정우택 공동선대위원장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2차 국가대개혁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제2의 북풍공작, 색깔론 운운하며 덮으려는 것이야 말로 정치공작”이라며 문 후보를 겨냥했다.
송우일·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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