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는 수도권 광역급행열차 대폭 확대,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신설 등을 내놨다. 홍준표 후보는 GTX 3개 노선의 완성, 제2 경부고속도로 완성 등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남북교류협력전초기지 조성, 서남부 4차 산업혁명 기지화 등을 내놨다. 유승민 후보는 교통 혁명으로 사통팔달 건설, 경기도 동북부 지원 강화 등을 내놨다. 심상정 후보는 첨단 테크노밸리 조성, 세계문화유산 지구 지정 등을 내놨다.
후보별 차이를 찾기가 참으로 어렵다. 경제발전 거점 육성, 광역 교통망 구축, 남북 교류 전초기지 조성, 비무장지대(DMZ) 평화공간 조성 등은 모든 후보가 말하고 있다. 대도시권 광역교통청 신설(문)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완공(홍)은 지역 국회의원이 써먹은 공약이다. 수도권 광역교통 사각지대 해소(안)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유 후보는 경기도의 정책 제안집을 베끼듯 나열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다. 시장ㆍ군수나 지역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과 격(格)과 급(級)에서 달라야 한다. 나라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약속이어야 하고, 대통령의 통치권(統治權)이 필요한 약속이어야 한다. 그런 대선 공약의 추억이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주장했던 ‘수도이전’ 공약이다.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공약이었고, 대통령의 통치행위로만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이었다.
그런 격과 급에 맞는 경기도 공약이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 또는 폐지하겠다는 약속이다. 1982년 제정·공포된 수정법은 경기도 규제의 모법(母法)이다. 건축주에게 물리는 과밀부담금, 공장 설립을 막아서는 신설·증설 총량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사전 규제, 모든 영업행위마다 따라다니는 인구·교통·환경 영향평가가 전부 수정법에서 비롯된다. 이를 손보는 작업이야말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후보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후보 대부분이 수정법 존치론자들이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수정법의 틀은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해왔었다. 북부 등 낙후 지역 개발의지를 피력했지만, 그 방법도 수정법 개정보다는 개별적 정책 지원으로 설명해왔었다. 결국, 이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는 뜻인가. 수정법을 통해 수도권을 계속 옥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대선 정국에서라도 그 생각을 들어야겠다. 수정법을 유지할 것인지, 개정할 것인지, 폐지할 의사는 없는지 들어야겠다. 아니면 일부 지방의 주장처럼 수정법을 더 강화하는 개악(改惡)으로 갈지도 들어야겠다. 1,300만 경기도민에게는 재탕 삼탕으로 우려낸 공약보다 이 공약-수정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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