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우선순위 없는 ‘백화점 공약’… 대선 후보는 검토도 못했다

10개 핵심과제 전달한 타 지자체와 달리 71개 제안
매니페스토본부, 수용여부 확인 결과 사실상 제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7개 시ㆍ도로부터 수집한 지역 현안을 각 당 대선후보에게 전달해 공약 수용여부를 확인한 결과 경기지역 공약은 사실상 조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기도가 매니페스토본부에 지역 현안을 전하는 과정에서 타 시·도와 달리 70여 개에 달하는 사업의 우선순위를 명시하지 않은 채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지역별로 5~10개의 공약을 제시해도 실제 추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백화점식 공약’을 전달, 도민의 삶보다는 도정 홍보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매니페스토본부에 따르면 대선공약에서 지역공약의 실효성·실현가능성 검증을 위해 17개 시ㆍ도를 대상으로 ‘10대 핵심지역공약과 우선순위 및 재정 추계’ 자료를 수집해 각 정당의 후보들에게 전달, 수용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타 시ㆍ도는 10개 핵심 과제를 우선순위별로 제출했지만 경기도는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일자리 창출 △따뜻한 복지공동체 구현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분권과 자치의 국가시스템 구축 △통일 한국의 초석 마련 등 5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71개 핵심 과제를 우선순위 없이 통째로 제안했다.

 

이후 각 후보 측은 매니페스토본부의 요청에 따라 지역 공약의 수용 여부를 표시해 보냈지만 경기도의 경우 71개나 되는 공약의 우선순위를 선정하지 않은 탓에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당의 정책 실무진들은 경기도당과 소속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경기지역 공약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각 당 후보들의 정책 실무진들은 경기도민들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가늠할 수 없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A대선 후보 선대위 정책팀 관계자는 “경기도는 지역공약에 대한 우선순위가 명시돼 있지 않아 당 차원에서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B후보 측 관계자도 “당장 선거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경기도가 제시한 71개 공약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다 검토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71개 공약에 대한 우선순위를 함께 명시해야 후보 측에서도 도민의 열망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공약에 대한 고민도 더욱 하게 된다”면서 “이 경우 후보별 정책팀이 모든 지역 사정을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므로 도민의 삶과 직결되지 않는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욱이 조기 대선으로 국정 공약을 만드는 데도 허둥지둥 대는데 70여 개나 되는 지역공약을 어떻게 다 검토하고 도민의 의지를 파악할 수 있겠느냐”며 “경기도는 집중과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전략적 실패를 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건설, 교통뿐만 아니라 통일, 4차 산업혁명 등 숙원사업이 많아 과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71개 과제가 모두가 소중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았고 현재 내부적으로 주요 5당의 현안과 기조에 발맞춰 어떤 것이 우선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우일 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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