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공사 특정업체 독식 의심 경찰청에 제보전화 결국 들통 ‘다수공급자 계약 입찰’ 악용
규격 다른 업체 끼워넣기 수법 설계도까지 위조 비용 ‘뻥튀기’ 업체 대표·설계사 등 3명 입건
지난 2월 인천시 감사관실에서 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시 전기담당 부서에서 발주했던 몇 건의 조명공사가 아무래도 수상쩍다는 내용이었다. 공사 발주를 할 때마다 매번 한 업체에서 독식을 했기 때문이다.
감사실은 의혹이 가는 부분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결국 경찰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은 담당 형사는 뇌물관련 비리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까지 뒤져가면서 수사에 들어갔다. 예감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시 종합건설본부 전기 관련 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58)는 2012년 2월부터 1년간 조명업체를 운영하는 고교 후배에게 일감을 몰아줬다. 그는 이 대가로 2천200여만 원의 뒷돈까지 챙겼다.
A씨는 뇌물수수와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혐의로 구속돼 검찰로 송치됐다.
또 A씨를 도와 조명공사 입찰을 방해한 혐의(입찰방해)로 시 공무원 B씨(55)와, A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조명업체 대표 C씨(46), 설계업체 설계사 등 모두 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A씨(58)는 공개입찰이 아닌 일부 업체에 한정하는 ‘다수공급자 계약 입찰’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후배 업체보다 높은 단가를 제시한 3~4개 업체들만 골라 입찰에 참여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공사에 들어갈 조명등과 규격이 다른 업체들만 골라 입찰에 끼워넣어 C씨가 낙찰되도록 조작을 했다.
입찰을 담당하는 회계부서는 각종 공사 자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 발주부서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줄 수 있는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경우다. 범행 당시 A씨와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B씨도 이 업체를 위해 조명 설계도까지 위조했다.
지난 2013년 2월, 서구-김포신도시 간 도로에 설치했던 전등은 정상가격이 5천900만 원이었지만, 이들의 공모로 4배 가까운 2억3천만 원이나 들었다.
C씨 업체가 1년간 불법으로 수주한 총 공사 금액은 26억6천만 원이었다. 이로 인해 시는 총 14억8천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찰업체 중 일부를 시 회계부서에서 무작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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