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지표 봄기운 솔솔한데… 현장 소비는 여전히 냉랭

“지갑을 도통 열지를 않네요.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안 팔리는 것 같아요.”

 

25일 도내 한 백화점에서 골프의류를 판매하는 A씨는 최근 판매 동향을 묻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근 백화점 세일이 진행돼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전년보다 10% 줄었다. 

주요 고객층인 40~50대 여성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데다 소비에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A씨는 “황금연휴에다 대선까지 있어 소비심리가 나아질 거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면서 “환불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이달 소비심리 지표가 호조를 나타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비 위축과 매출 한파가 여전했다. 유통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하거나 전월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고 호소하는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통계 지표와 온도 차가 컸다.

 

이날 오후 도내 한 백화점에는 식당가만 손님이 붐볐을 뿐 의류매장과 잡화 코너 등에는 한산했다. 오가는 손님들도 진열대에 나와있는 할인 상품에만 손을 뻗을 뿐 도통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는 당장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 해 소비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백화점 봄 정기세일은 대부분 전년보다 매출이 줄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된 봄 정기세일에서 롯데백화점은 전년보다 2.4% 매출이 떨어졌다. 현대백화점도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그나마 AK플라자는 1.1%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형마트에서도 최대한 소비를 줄이려 진열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알뜰코너나 타임 특가 세일에만 손님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달 도내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100을 회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음 달 대선이 끝나면 점차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발표한 ‘2017년 4월 경기지역 소비자 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달 중 경기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4.1p 상승한 101.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98.1, 12월 95.0까지 추락하다 상승세로 돌아선 후 4개월 연속 오름세다. 이달 들어 오름세의 폭도 커졌다.

수원 AK백화점 관계자는 “북핵문제와 사드, 대선 등이 집중돼 있어 대대적인 세일에도 4월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5월 황금연휴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지만, 당장은 소비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대선이 끝나고 정국이 안정되면 하반기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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