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실상 당론’ 따로, ‘형식적 당론’ 따로 / 국민의당, 사드 가동돼도 여전히 어정쩡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실전운용에 들어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를 공식 확인했다. 문 대변인은 “발사대 일부와 교전통제소, 레이더가 배치돼 있어 이를 연결해서 초기작전 운용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사드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방위 자산으로서의 작전을 시작했다.

대선 후보들이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지금 정부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일방적 기습 배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둘 모두 반대다. 홍준표 후보는 “잘했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선거 전 배치가 국론분열을 막는 일이다”라고 했다. 둘 모두 찬성이다. 각 당이 내놓은 입장도 후보들의 그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르다. 안철수 후보는 “한-미 간의 합의에 의해 이행 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논평도 기본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 무시는 잘못된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은 적절했다. 사드 배치의 절차, 시기, 형식에 대해 이견을 표시하는 국민들이 상당수 있음이 현실이다.

헷갈리는 건 당론이다. 국민의당의 사드 당론이 묘하다. 23일 당 대표는 ‘당론이 사실상 찬성으로 변경됐다’고 공표했다. 소속 의원 39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 34명이 찬성했다는 통계도 밝혔다. 하지만, 정식 당론은 바뀌지 않았다. ‘사드 반대’는 여전히 국민의당의 당론이다.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사실상 찬성 당론으로 바뀐 것이다’라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언론이 정식 당론을 바꾸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 운동 과정에 있어 당론변경을 위한 의총을 열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당론 변경을 위해선 의결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그런 입장(사드 찬성)으로 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참으로 난해한 설명이다. 바빠서 당론을 못 바꾼다는 말인데, 심야 의총도 있고 위임 의총도 있지 않은가.

사드에 대한 후보의 생각은 대단히 중요하다. 새로 시작할 정부의 대북(對北), 대미(對美), 대중(對中) 구상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상징적 이슈다. 이런 중요성을 안 후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입장을 번복하는 무리수까지 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黨)은 여전히 ‘형식적 당론’과 ‘사실상 당론’을 따로 갖고 있다. 사드 2기가 북한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한 지금까지 그렇다.

안 후보는 여전히 유력 후보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두 번째로 큰 후보다. 그런 만큼 이제 사드 당론을 정리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분명한 입장을 당사(黨舍)에 내 걸어야 한다. 조만간 4기의 사드가 추가로 배치된다고 들린다. 그때도 ‘형식적 당론’과 ‘사실상 당론’을 설명하며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갈 것인가. 다른 건 몰라도 사드는 그렇게 활용할 이슈가 아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