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일체험] 유병돈 기자, 대장간을 가다

쇳덩이 달궈 뚝딱! 연장 나와라 뚝딱! 50년 전통 잇는 대장장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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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처음으로 맞는 1일 현장체험을 앞두고 어떤 직업을 택해야 할 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데스크의 고민을 포함한 적절한 아이템을 추천받았다. 바로 전통을 고수하는 대장장이 체험이 그것. 답을 얻자마자 현장으로 내달렸다.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자리한 ‘제일대장간’은 철물 농기구와 공구의 제작부터 판매가 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단어 그대로의 ‘대장간’이다.

 

이곳에서만 48년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천재동씨(69)를 만나 하루 동안 ‘원스톱 교육’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50년이 넘도록 쇠를 두들겨 온 베테랑 천씨의 손을 거치면 수십 초 만에 농기구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2천℃가 넘는 데다가 위험한 기계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곧장 작업에 투입할 수는 없다는 천씨의 설명에 1시간 넘도록 농기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기자도 수건을 둘러메고 목장갑을 낀 뒤 쇳덩이를 자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1m가 넘는 철근을 절삭기계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쇳덩이도 한 번에 잘라내는 기계 앞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천씨는 “겁먹지 말고 타이밍을 잘 맞춰서 집어 넣으면 된다”며 여러 차례 시범을 보여줬다.

 

그렇게 철근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10여 분을 기다렸다가 잘 달궈진 놈 하나를 집어들었다. 천씨는 이 작업부터가 진정한 대장장이의 능력을 볼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간단한 공정이라 생각해 호기롭게 도전했는데 기계를 조작하기 위해 발판에 발을 대는 순간,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도를 바꿔 다시 넣어봤지만, 모양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었다. 

 

쩔쩔매는 기자의 모습에 천씨는 웃으면서 “철근을 넣기 전에 기계 속도를 감으로 익혀야 한다”면서 “발의 힘을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조급증은 기자의 목덜미를 쥐어잡았다. 정말 쉬워 보이는 작업이었던 망치질조차 힘 조절이 관건이었다. 의욕이 앞서 너무 강하게 내리치는 바람에 철근은 필요 이상으로 휘어져 버렸고, 또다시 천씨가 나서야 했다.

 

천씨의 한 마디가 감히 ‘장인 따라잡기’에 나섰던 기자를 머쓱하게 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재주 좋은 사람도 3~4년은 걸리는 걸 하루 만에 하려고 하니 당연히 안 되지”라고 어깨를 토닥였다. 체험을 마치며 역시 전통은 따라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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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유병돈기자 사진_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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