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치러질 19대 대통령선거에는 1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중 군소 후보들이 10명이나 된다. 주요 후보 5명을 제외한 9명의 후보가 지난달 24일 TV토론에 나와 정책대결을 벌였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이다. 이들은 국회 5석 이상 정당, 직전 선거 3% 이상 득표 정당, 3월 18일~4월 16일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 5% 이상에 해당하지 못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초청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후보다.
군소 후보들은 눈길을 끌기 위해 튀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들의 공약 또한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취지로 ‘이색과 황당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도 튀는 공약이 많았다. ‘카이젤 수염’으로 얼굴을 알린 진복기 후보는 “신안 앞바다에 보물이 있다. 이것을 캐내 국민 모두를 부자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다. 당시는 신안 앞바다의 국보급 도자기가 발견 전이었는데 5년 뒤 진짜 해저 유물이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양복 차림의 ‘남장 여자’로 유명한 김옥선 후보는 14대 대선에서 ‘무공약이 공약’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지키지 않을 바에는 하지 않는 게 낫다”는 거였다. 김 후보는 1975년 국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고, 유신정권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고 비판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튀는 공약하면 허경영 후보다. 그는 “결혼하면 수당 1억원을 지급하겠다” “불효자는 사형에 처하며 전국을 4개 도로 축소해 지역감정을 없애겠다”는 등의 공약을 했다. 이번에도 출마하려던 허씨는 17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을 약속했다고 주장,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출마 자격을 잃었다.
19대 대선에도 이색 공약이 많다. 하하그룹 회장인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는 1천3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고 신용불량자 700만 명의 신용을 회복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국민한국당 이경희 후보는 자녀를 3명 낳으면 막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79㎡(24평) 아파트를 무상 임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넷째를 낳으면 109㎡, 다섯째 출산 시 138㎡로 면적이 커진다.
출산장려지원금도 셋째 출산 시 5천만 원, 넷째 이상은 1억 원을 공약했다. 장성민 후보는 국회의원 수를 절반으로, 봉급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는 20억 원 이하 재산 상속·증여세 폐지를 공약했다.
군소 후보들의 공약은 비현실적인 게 많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떠나 유권자들의 공감을 살만한 것들도 꽤 있다. 어차피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도 지켜지지 않는 게 많지 않은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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