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몫’에 근거한 차기 내각구상 틀렸고, / 그나마 ‘경기도 몫’이 없으니 더욱 틀렸다

대통령 후보가 미래 내각의 기준을 밝히는 것은 옳다. 총리ㆍ장관의 면면은 차기 행정부의 얼굴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사상이 국정을 좌우하는 비중이 실로 막중하다. 유권자들에게는 그 후보군을 미리 짐작하고 평가하는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섀도 캐비닛’ 공개가 선거 캠페인의 중요한 절차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등 후보들의 차기 내각 기준안 공개는 그래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런 차기 내각의 선정 기준이 순전히 ‘지역 몫’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지역 몫에서조차 ‘경기도 몫’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28일 “국무총리는 충청 인사 한 분과 영남 인사 한 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 인선에 대해서는 “호남 인사들이 배치되는 부처는 법무부라고 생각한다”며 “강력부 검사 출신 중 호남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탕평 인사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제가 영남 출신인 만큼 초대에는 적어도 영남이 아닌 분을 모시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공개되는 대통령 후보들의 차기 내각 선임 기준인데, 그 기준이 철저히 ‘지역’이다. 그 후, 두 후보의 구상에 따라붙는 인사 예상도 지역을 기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전윤철 전 감사원장, 충남 출신의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호남 출신이며 강력부 경력을 가진 법조인’이라는 조건에 맞춘 검찰 내 몇몇 인사로 범위가 좁혀지고 있다. 이래저래 차기 내각 핵심은 충청, 영남, 호남 출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갈 차기 내각 구상이다. 그 구상의 기준이 능력이 아니라 지역에 있음이 실망이다. 더욱이 그런 기준에서조차 경기도가 배제되고 있음에 실망이다. 안 그래도 스쳐가기 유세, 겉핥기 유세로 존재감의 상처를 받는 경기도 유권자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완화 또는 폐지 등 경기도의 숙원을 외면하는 후보자들에게 서운해 하고 있다. 이제 그것으로 부족해 경기도 출신을 빼놓는 차기 내각 구상까지 버젓이 발표하고 있는 것인가.

선거 막판, 후보들은 수도권 대첩을 외칠 것이다. ‘남풍(南風)의 북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경기ㆍ인천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펼칠 것이다. 작금의 대선이 그랬고,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을 흐름이다. 그때도 후보들이 경기도만 쏙 빼놓고 밝혔던 차기 내각 구성안을 말할 것인지 지켜볼까 한다. 경기도 총리, 경기도 법무장관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을 것인지 지켜볼까 한다. 우리는 단 하루가 남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피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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