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현상을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저자이기도 한 시카고 부스 경제대학원 리처드 탈러 교수가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접근했다.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는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의 파리 모양 스티커 등을 예로 들면서 ‘행동경제학’으로 사람들의 선택 과정을 해석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를 사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선택을 했는데 막판에 타사의 세일 광고나 사은품 따위의 광고 같은 것, 또는 하찮은 편견에 의해 다른 차종으로 바꾸는 것도 그렇게 해석한다. 그는 이것을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라고 명명했다.
어떤 50대 부부가 국산 영화를 관람하기로 하고 예약까지 했다. 그런데 영화관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그들이 보려는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주연 여배우의 확인되지 않은 스캔들이 화제가 됐다. 그러자 갑자기 부인이 영화를 안보겠다고 선언했다. 부도덕한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보기 싫다는 것. 남편은 ‘영화는 영화이고 여배우의 스캔들은 별개’라며 부인을 설득했지만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엉뚱한 영화를 보아야 했다. 마지막 순간에 선택을 바꾸는, 말하자면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모든 사람들이 많은 분야에서 저질렀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번, 또는 수백번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은 그래서 실수와 시행착오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통령들이 임기 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때 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바다에 가면 짤린 손가락이 가득 떠다닌다”는 것이었는데 이 역시 그 대통령을 지지하여 찍었던 사람들의 후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후회하면서도 또 선거 때만 되면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은 되풀이 되어 왔다. 영화를 보러갔던 부부가 편견과 정보 과잉으로 마지막 순간 선택을 바꾸었던 것처럼.
그렇다. 정보화시대에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의 선택을 힘들게 하고 치명적 실수를 범하게도 한다. 과거, 갇혀있던 정보가 이제는 사돈의 팔촌 예금통장은 물론 초등학교 때 병원 다닌 것까지 과잉 공급되고 있으며 여기에다 ‘가짜뉴스’까지 진짜처럼 포장되어 범람하는 바람에 유권자는 곧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SNS상의 지능적이고 악의적인 작전 세력은 ‘선택의 방해꾼’이 되고 있다.
“A를 찍으면 X가 대통령이 된다.”
“B를 찍으면 X가 대통령이다.”
하찮은 한 줄짜리 이 괴담의 위력은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유권자들은 너무 혼란스럽다. 사드 문제, 북한 문제에 대립적이던 후보들이 투표일이 가까워지자 색깔을 구별할 수 없게 변색을 하고 있으며 경제문제, 복지 문제까지 헷갈리게 한다.
정말 이제 투표일을 코 앞에 둔 지금,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정황이 너무 심각하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 나오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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