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공구상가 일대 큰 불, 잿더미된 생계터전에 ‘망연자실’

점포 32곳 태워 피해액 5억5천만원 달해
스프링클러 등 안전 시설 없어 화 키워
보험가입 안돼 있어… 市 “구제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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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께 의정부시 의정부동 구도심 일대. 전날 밤에 발생한 화재로 잿더미와 앙상한 철제 구조물 등이 산처럼 쌓여 있는 현장에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해온 A씨(72)는 “휴일이라 일찍 문을 닫았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이렇게 됐다.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의정부의 대표 재래시장 등과 가까운 행복로 일대에서 지난 3일 오후 8시29분께 큰 불이 났다. 전날 석가탄신일로 인해 점포들이 일찍 문을 닫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점포 32개가 불에 탔다. 이 중 점포 10곳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화재 진압에 장비 54대, 인원 195명 등이 투입됐으며 소방 당국은 피해액이 5억5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은 각종 전기공구를 파는 매장 뒤편에서 시작됐다. 소방 당국은 최초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창고로 쓰는 가설건축물 내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고자 감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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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화재가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구도심에서 발생한, 예견된 대형 사고라는 점이다. 사고 현장은 스프링클러 등 안전시설 설치를 전혀 할 수 없는 가설 건물이 여러 개 만들어져 각종 자재보관 창고로 사용됐으며, 주변으로 점포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어 화재를 키웠다. 여기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10여 개의 LPG 가스통,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비좁은 진입로, 소화전 미설치 등 안전에 취약한 전형적인 사각지대였다.

 

무엇보다 피해 점포와 건물주 상당수가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피해보상을 받기가 어려워 피해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건물주 B씨는 타다 남은 잿더미 위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오래된 건물이어서 평소 보험사가 화재 보험 가입을 꺼려했다. 이제 우리는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의정부시는 안병용 시장을 본부장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피해 상인들의 생계와 주거 지원 등 복구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화재 때문에 피해를 본 상인들이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확한 피해를 추산하고 다양한 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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