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결혼해 한국 온지 10년째 가족들 배려속 타국생활 쉽게 적응
시어머니도 “예쁜 딸 생겼다” 화답
수원 율전동 10㎡ 남짓한 작은 세탁소에 한 가족이 옹기종기 모인 자리. 한국에 온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김미선씨(35)가 시어머니 김상순 여사(80)를 부른다. “엄마, 불편하실 텐데 의자에 앉으세요”라는 며느리의 말에 시어머니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내 활발한 세 딸 송예진(9), 예은(8), 예솔(5)양이 할머니 옆으로 다가온다.
김씨가 “우리 엄마 힘들어. 적당히 붙어”라고 타박해도, 딸들은 큰 눈을 슬쩍 치켜세우더니 이내 고개를 할머니 품에 파묻었다. 김씨의 남편 송낙석씨(50)는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다림질을 이어갔다. 김씨는 “딸들이 워낙 할머니를 좋아한다”면서도 “우리 딸들만이 아니고 가족 모두 ‘엄마’를 사랑하고 따른다”며 웃음을 지었다.
결혼을 하고 김씨가 한국에 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다 됐다. 지난 2007년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공장장이 친구의 동생을 김씨에게 소개해 줬다. 이제는 남편이 된 송씨를 처음 만난 자리였다. 자주 보지는 못해도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1년여 간 사랑을 키워온 이들은 2008년 결혼에 ‘골인’하고 한국에 귀화했다.
처음에만 해도 낯선 타국 생활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김씨에게 응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더러 실수할 때도 이해와 배려가 먼저였다. 그래서인지 그 흔한 고부갈등 한 번 빚어본 적이 없다.
김씨는 이제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다른 동향 사람들을 도와줄 정도로 완벽하게 적응을 마쳤다. 김씨는 “남편과 엄마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족들의 사랑에 항상 힘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김씨 가족에게 의미가 남다른 해다. 가족의 기둥인 ‘엄마’가 팔순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연초 대천해수욕장 팬션으로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 팔순을 축하하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어버이날도 평일이라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외식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고부관계’가 아닌, 엄마와 딸 같은 관계가 김씨 가족에서는 현실이 된 것이다.
“시댁이 이제 친정이죠”라는 김씨의 말에 옆에 있던 ‘엄마’도 “이렇게 착하고 예쁜 며느리가 어디 있겠어. 딸 하나 더 생긴 거지”라고 화답했다. 오고 가는 대화 속 율전동 작은 세탁소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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