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소·고발 난무한 대선, 무차별 폭로전이 문제다

두 달여 간 전국을 뜨겁게 달군 19대 대통령 선거전이 막을 내리면서 유세 과정에서 난무한 고소ㆍ고발 사건 처리가 검찰의 숙제로 남았다. 막판 격해진 경쟁에 각 대선후보 진영은 고소ㆍ고발을 남발했다.

검찰에 접수된 것 중에는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회고록’ 파문,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의 취업 의혹 등 선거운동 과정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이슈도 포함돼 있다.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도 법적 다툼으로 비화해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지방 소재 검찰청에도 선거기간 밀려든 고소ㆍ고발 사건이 많다. 인천지검은 장석현 인천 남동구청장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핵심 당원에게 발송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19대 대선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은 과거 대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 18대 대선 때는 368건, 2007년 17대 대선에선 456건의 고소ㆍ고발이 접수됐다.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각각 739명, 1천432명이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한 점과, 대선 이후에도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을 고려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무더기 고소ㆍ고발전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철저한 검증과 확인 작업이 배제된, ‘아니면 말고’식의 흑색선전이나 폭로전이 이 같은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검찰 수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ㆍ고발 남발은 검찰이라는 공적 영역을 선거운동에 악용하는 것이란 비판이다. 정쟁을 벌이다 공을 검찰과 사법부로 떠넘기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고발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 과거 선거의 예를 보면 화합을 명분으로 선거 후 각 당에서 고소ㆍ고발을 취소하며 자체 봉합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검찰 수사를 선거에 이용만 한 것이다.

무차별 폭로와 흑색선전, 그리고 이어지는 무분별한 고소ㆍ고발은 정치권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검찰 수사력을 낭비케 하는 요인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정치에 염증을 내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선거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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