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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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규제와 관련하여 ‘경제적 규제는 폐지하고, 사회적 규제는 강화하자’라는 원칙론을 자주 듣는다. 진입규제·가격규제 등 경제적 규제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위해 폐지 내지 완화되어야 하지만, 환경·안전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규제는 그 존재의 이유가 공익(公益)의 수호에 있는 만큼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규제에 대한 이러한 차별화된 접근방식은 나름대로 논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패에 근거하여 혹은 실패를 예단하면서 만들어지는 규제의 예상치 못한 폐해와 부작용은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우리 광주시의회 임시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심사보류됐다. 난개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동장치가 될 것이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지나친 규제와 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한 차례 완화되면서 법 취지에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에 대해 법 형평성과 주민의견 수렴 미흡 등으로 보류된 것이다.

 

우리 광주시는 도로를 비롯한 공공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등 소규모 개발 증가로 기반시설 부족 등의 도시문제가 나날이 심각해 지고 있다. 난개발을 제어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공감을 한다. 그러나 난개발 방지를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생각을 달리한다. 난개발 방지를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난개발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지 난개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될 수가 없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하여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개발을 유도해야 난개발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 늘어나는 주택수요에 맞게 택지개발을 미리 했으면 지금과 같은 난개발은 없었을 것이다. 기반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례만 강화한다고 난개발을 막을 수는 없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시민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산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고, 헌법재판소나 법원 등 사법기관의 판단 역시 과거에 비해 재산권 보호를 더욱 중요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를 도입하거나 갱신하는 과정에서 재산권 보호에 대한 기존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 및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우리는 그동안 국가에 의한 재산권 제한이 정당화되는 기준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고, 행정권자의 재량으로 재산권 제한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져 온 경향이 있었다. 중첩규제 성격의 규제들을 정비하고,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야기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지자체 조례가 아닌 법률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경제문제이든 사회문제이든 규제로 인한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만들 때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규제는 그 정책목표가 이상적(理想的)이고, 정책수단의 비용효과가 계량화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 성격을 띠기 쉽다.

게다가 문제의 해결방법 역시 매우 감정적이고 대중주의적으로 흐르기 쉽다. 공익이라는 명목으로 또는 여론에 영합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규제의 강화를 외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비현실적이고 질 나쁜 규제들을 먼저 줄여나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이문섭 광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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