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했는데… 친구야 도와달라” 사기 기승

동창생 사칭 사무실까지 찾아와 돈 요구
수원 중심 도내서 피해 잇따라 주의

“고3때 같은반이었는데 기억나지? 너희 사무실 앞인데 잠깐 나와볼래?”

 

경기지역 한 금융권에 몸담고 있는 A씨는 이달 초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을 고3때 같은반 동창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막무가내로 사무실 앞에 왔으니 잠깐 나와달라고 했다. 사무실 앞에서 만난 이 남성은 A씨에게 고3 시절 담임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꺼내 치밀감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교도소에서 10년 동안 복역하고 출소했는데 한달 정도만 생활할 수 있게 돈을 좀 달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노골적으로 30만 원을 요구했다. 남성의 팔에는 문신 자국과 곳곳에 칼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A씨는 이 남성이 동창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지만 돈을 쥐어줄 수밖에 없었다.

 

수원을 중심으로 경기지역 고등학교 동문 및 동창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는 사기 행각이 잇따르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들어 수원의 한 고등학교 동문회에는 누군가가 동문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와 동문이나 동창이라고 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름과 별명 등을 대며 접근, ‘조직폭력배 생활을 했다’, ‘교도소에 다녀왔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기전화를 받았다는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돈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자식이 어느 학교 몇반이네”, “안사람이 어디 다니더라”라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학교 동문 중 일부는 지난 2015년에도 수십만 원씩 돈을 뜯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사기 행각은 도내 타 고교 동문회에서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학교 동문회에서는 ‘동문 여러분에 대한 주의 요망’ 이란 제목의 피해 사례를 담은 내용의 글을 SNS를 통해 게재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도내 한 동문회 관계자는 “유사한 피해자가 더 발생하면 안되겠다 싶어 동문회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동문이라고 접근해 책을 강매하는 등의 수법이 있었지만, 직접 찾아가거나 협박까지 한다는 수법은 접하지 못했다”며 “사기 전화를 받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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