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재앙, 농가 고통은 현재진행형] 2. 재발방지 대책 주먹구구

까다로운 병아리 재입식… 농가는 한숨만
재발 막고자 위생기준 강화 지자체 관리 인력도 모자라 재입식 요건 갖추고도 대기

“병아리를 다시 들여오려 해도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안성에서 토종닭 2만 7천여 마리를 사육하던 Y씨(58)는 텅 빈 농장을 바라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것은 차치하더라도, 반년이 다 되도록 새 병아리들을 들여오지 못해 앞으로의 생계조차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안성시의 경우 가장 늦게까지 AI가 이어지면서 가금류 사육제한이 늦게 풀려 어려움을 더한데다가, 정부가 발표한 가금류 재입식 요건마저 매우 까다로워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산란계, 육계 등과 다르게 ‘산닭’ 비율이 높은 토종닭에 대해 산닭 매매금지 조치 등 이중삼중으로 AI 방역대책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도 문제다. 

Y씨는 “지금처럼 입식이 계속해서 늦어지면 도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AI로 인한 피해는 살처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식 제한 등 2차, 3차 피해로 이어져 생활고까지 겪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을 강타했던 AI가 4개월째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발생농가들은 여전히 재입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AI 발생을 막고자 위생기준을 대폭 강화한 데다가, 이를 관리할 지자체 인력마저 모자란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AI 발생 농가가 재입식을 하려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사전 위생검사를 통과한 뒤 21일간의 입식시험을 거쳐 혈청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전과 달리 검역본부뿐만 아니라 경기도축산위생연구소와 각 지자체로부터 항목별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AI 발생 농가들은 재입식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특히 AI 전파의 1차 원인으로 철새가 지목된 상황에서 쥐를 비롯한 설치류 유입을 막겠다며 펜스 설치를 의무화한 부분과 AI 상습발생지역의 경우 농장 이전 및 시설현대화 등 현실성 없는 규정이 신설돼 농가들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현장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재입식 절차를 관장해야 할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시·군·구 방역에 필요한 적정 방역관 수는 525명이지만 현재 208명만 지정돼 있는 데다가 70개 시·군·구에는 방역관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AI피해가 큰 지역의 농가는 나름대로 재입식 요건을 갖춰놓고도,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입식 심사를 위해 AI 발생농가를 방문해 보면 여전히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곳들이 있다”면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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