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재앙, 농가 고통은 현재진행형] 3. 맥 빠진 정부대책

발생 책임 농가에 떠넘기고… 백신 등 예방대책은 없어
삼진아웃제 도입·케이지 면적 확대 등 사육방법 규제에 중점
정부 “예방접종 고려 안해” 선그어… 농가 “현실적 대책 필요”

정부가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 농가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AI 발생 책임을 모두 농가에게만 전가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AI·구제역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확정했다. 

기존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로 나뉜 방역대응 체계를 발생 즉시 심각 단계로 발령하도록 해 초기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상습 발생지역 농장의 이전과 시설 현대화를 유도하는 방안 등 6대 분야 16개 주요과제와 53개 세부과제가 담겼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은 정작 백신 문제 등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야 할 예방법이나 가금 산업 육성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사육방법 등 농가들의 책임 소재만 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방책이 주를 이뤄야 할 개선대책에 AI 발생 시 농가들에게 적용될 규제들만 가득해 농가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창궐 당시 이슈가 됐던 백신 관련 내용이 빠져 있어 가금 농가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03년부터 13년간 8차례의 조류인플루엔자를 거치면서 살처분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시선이 많은 상황이지만, 최선의 예방책으로 꼽히는 백신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8일 동물백신연구회 주최로 열린 춘계 학술강연회에서도 정부는 AI 항원뱅크 구축 계획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이를 긴급백신에만 국한시켰다. 정부 AI 백신 대응 TF팀 관계자는 “AI 발생 전에 미리 예방적으로 접종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사실상 예방책은 내놓지 않은 것이다.

 

5년간 AI 3회 발생 시 축산업허가 자체를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도 가금 농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농가들의 방역의식 고취를 도입 목적으로 밝혔으나, 방역주체인 정부가 방역 실패의 원인을 고스란히 농가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에 농가들은 삼진아웃제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한 관계자는 “삼진아웃제는 정부가 AI 방역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정책”이라며 “현실적으로 AI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란계의 경우 케이지 면적을 현행 0.05㎡에서 0.075㎡로 늘리도록 한 것 또한 케이지 면적의 확대가 방역 효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농가들의 입장이다. 2년 전 발표한 0.05㎡ 제한조차 제대로 시행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방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살처분(매몰) 비용 중 농가 자부담 비율을 20%로 못박은 것 또한 살처분이 정부 지시에 따른 것인 만큼 모든 비용을 중앙정부가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AI 개선대책을 살펴보면 케이지 면적 등 정부가 규제할 필요가 없는 사육방법은 명시된 반면, 백신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며 “AI 당시 백신 담당 TF팀을 꾸렸다지만 실질적으로 활동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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