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친구끼리 깊은 상처… 언어폭력 없는 학교 만든다”

수원 영통中 ‘하는 말이 고와야 오는 날이 좋다’ 캠페인
전교생이 상처되는 말·듣고싶은 말 적은 종이비행기 날려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던 적이 있나요?”

 

18일 오전 9시5분께 수원 영통중학교 2학년 5반 교실.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최희원씨(26·여)가 담임 선생님 대신 교탁 앞에 섰다. 

최씨는 평소와 다른 상황에 당황한 학생들을 향해 “오늘은 특별히 담임 선생님의 조회시간을 빌려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그동안 여러분이 은연중에 사용한 비속어, 은어, 욕설 등 부정적인 언어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 주거나 받았던 적이 있느냐”며 “시청각 영상을 보고 답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상은 학교 언어폭력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다양한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이 주를 이뤘다. 5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영상을 본 학생들의 표정은 어느새 숙연함으로 변했다. 최씨는 “우리가 은연중에 사용하는 부정적인 언어는 학교 폭력과 다를 바 없다”면서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어줄 것을 요청했다.

 

사춘기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인터넷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학교가 나섰다. 18일 오전 수원 영통중학교에서 언어문화개선캠페인 ‘하는 말이 좋아야 오는 말이 좋다’에 참여한 학생들이 상처받았던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오승현기자
사춘기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인터넷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학교가 나섰다. 18일 오전 수원 영통중학교에서 언어문화개선캠페인 ‘하는 말이 좋아야 오는 말이 좋다’에 참여한 학생들이 상처받았던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오승현기자
사회복지사 최희원씨와 10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영통중 서포터즈 동아리’는 이날 오전 조회시간을 빌려 ‘하는 말이 고와야 오는 날이 좋다’ 캠페인을 벌였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이 캠페인은 청소년들이 카카오톡, SNS 등 사이버 폭력을 호소하면서 언어문화 개선활동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날은 400명의 전교생을 대상으로 말로 상처를 주었거나 받았던 적이 있는 경험을 묻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전교생이 ‘상처가 되는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를 비행기 모양으로 접은 뒤, 운동장으로 향해 날리는 퍼포먼스도 함께 열렸다.

 

전교생이 자신의 생각을 적은 종이에는 ‘너가 뭔데’, ‘너 같은 건 필요 없어’, ‘네가 내 자식인 것이 자랑스러워’, ‘넌 할 수 있어’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너 예전에 왕따였잖아’, ‘엄마 있니’ 등과 같은 충격적인 내용도 나와 학교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서포터즈 동아리에서 회장으로 활동하는 이호정양(16)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정적인 언어들로 상처를 받는 친구들이 많아 동아리 차원에서 학교 측에 이 같은 캠페인을 제안했다”면서 “올해 처음 시작하는 만큼 교내에서 언어 순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정세훈 영통중 교장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자체적으로 언어 순화 활동을 펼치게 됐다”면서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함께 동참하는 등 언어폭력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사춘기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인터넷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학교가 나섰다. 18일 오전 수원 영통중학교에서 언어문화개선캠페인 ‘하는 말이 좋아야 오는 말이 좋다’에 참여한 학생들이 상처받았던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고 있다. 오승현기자
사춘기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인터넷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학교가 나섰다. 18일 오전 수원 영통중학교에서 언어문화개선캠페인 ‘하는 말이 좋아야 오는 말이 좋다’에 참여한 학생들이 상처받았던 말과 듣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고 있다. 오승현기자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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