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호수공원 등 도내 곳곳 일부 시민들 무분별한 식물 채취
흉측한 모습에 피해액도 만만찮아
22일 오전 10시께 수원 광교호수공원. 수변 울타리(목재데크) 상단 200여 m 구간에 걸쳐 허브나무가 식재된 화분이 줄지어 있었다. 화분에는 은은한 향을 내는 푸른 허브나무와 빨간색, 보라색 등 알록달록 꽃을 피운 나무들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눈을 즐겁해 해줬다.
그러나 화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이내 화분 곳곳에 어린 아이의 이가 빠지기라도 한 듯 군데군데 허브나무가 뽑힌 자국이 드러났다. 화분당 세 송이의 허브나무가 심어져 있어야 하지만, 일부 화분마다 한 송이 내지 두 송이씩 나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 구간에만 허브 30여 송이가 감쪽같이 뽑힌 채 흉측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화분 하나 당 4만 원꼴로, 피해액도 수십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호수공원을 산책하던 P씨(36ㆍ여)는 “지난달부터 허브가 심어져 꽃도 피고 아름다웠는데 언제부터인가 화분 곳곳에 누군가 허브나무를 뽑아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며 “공원을 방문하는 모두를 위해 심어놓은 것인데 ‘나 하나 쯤이야’라는 이기심으로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는 지난 4월 광교호수공원 600여 m 구간 울타리 상단에 허브나무가 식재된 화분을 설치하는 ‘광교호수공원 꽃벽 설치사업’을 추진했다. 화분에 식재된 허브만 1천824송이에 달한다. 시는 이달 초 현장조사에서도 8개 화분에서 10여 송이의 허브나무가 뽑힌 사실을 발견, 보식(심은 식물이 죽거나 상한 자리에 보충해 심음)했다. 그러나 보식한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일부 비양심 시민들에 의해 또다시 허브화분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비양심 시민들의 무분별한 식물 채취로 도내 공원과 도롯가 화분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관광들이 즐겨찾는 고양호수공원도 꽃박람회 기간마다 일부 비양심 관광객들이 꽃을 채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또 용인과 안양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공원과 도롯가 화단에 심어놓은 꽃들을 채취하는 것으로 전해져 양심불량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단국대 황종원 철학과 교수는 “나무와 꽃을 꺽어 가지고 싶은 욕망이 공공자산이라는 의식을 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나무와 꽃은 공공자산이므로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고 생각하고 소중하게 보호해야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주말 기간 동안 일부 비양심 시민들이 몰래 허브나무를 뽑아간 것으로 보이며 즉시 보식할 예정”며 “실종된 시민의식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밝혔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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