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팀을 이끌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화제다. 언론매체마다 ‘흙수저’ 출신으로 ‘고졸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대서특필 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해야 했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덕수상고 재학시절인 17살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공부에 대한 갈증은 8년간 야간대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풀었다.
낮엔 은행원으로 일하고 밤엔 공부한 끝에 25살이던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듬해 3월 경제기획원으로 옮겼고, 경제부처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2015년 2월부터는 아주대학교 총장직을 맡았다.
상고, 야간대 출신으로 부총리까지 오른 김 후보자를 두고 ‘흙수저 신화’ ‘고졸신화’ ‘인간승리 드라마’라며 떠드는 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지상주의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이 수두룩한 한국사회에서 고졸 출신이 장관직에 오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김 후보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고졸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았고, 100m 달리기에서 50m쯤 뒤처진 채 출발하는 답답한 기분이 들어 야간대학에 진학했다”고 한 바 있다.
공직에서 인사제도상 학력 차별은 없다. 공채시험의 경우 1973년부터 응시자격에 학력제한을 폐지했으며, 2005년부터는 원서 접수 시 학력 기재란을 없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고졸 이하 학력자 비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학력 인플레 현상과 공직 선호도 증가 등이 맞물려 과다학력 보유자들의 지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 각 분야에 유입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다. 이로 인해 그 자리에서 일해야 할 고졸자들의 기회가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청년 실업의 원인 중 하나도 ‘학력 과잉’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학력 지상주의를 타파하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우대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 및 공공 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고졸 출신 채용 우대 및 확대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 사회 일각에서 ‘고졸만세(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고졸자들의 성공 사례가 더 이상 신화로 불리지 않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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