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과 갈등 봉합 실패… 부지휘자 체제 운영
단원들과 갈등을 빚어 온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사표가 수리되면서 수원시향 독일 순회공연이 취소되는 등 국제적 망신이 불가피하게 됐다.
24일 수원시와 수원시립교향악단에 따르면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23일 수원시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지금같은 상황에서 지휘와 연습이 되지 않을 것이어서 감독이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모은 의견을 받아들였다. 염 시장은 그동안 김 감독의 사표 수리를 보류해 왔다.
김 감독의 사퇴와 함께 수원시향의 악장도 사표를 내기로 했으며 일부 파트 수석들도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연쇄 사퇴로 시는 다음달 26일 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방문 연주회 일정을 취소하기로 하고 사과 서신을 보낼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김 감독과 단원들 간의 갈등이 발단이 됐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대학ㆍ대학원(박사과정)을 졸업한 김 감독은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대원음악상 대상(2017년)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졌다. 김 감독은 수원시향의 객원지휘자로 활약하다 지난 2008년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은 이후 수원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이 수원시향의 지휘자로 취임한 다음 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전석 매진, 객석예술인상 수상(2011년), 창단 30주년 전국 9개 도시 전국투어 연주 성공 개최(2012년), 이탈리아 메라뇨 국제뮤직페스티벌 폐막공연 공식초청(2014년)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운영 방식과 단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가 됐다. 특히 지난달 15일 롯데콘서트홀 부활절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사흘간 리허설을 하면서 김 감독이 단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박치’라는 모욕적인 언행을 하자, 쌓여 있던 단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에 수원시향 노조가 수원시향 상주홀인 SK아트리움에 김 감독의 폭력적인 리허설, 수준 미달의 리더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사과를 요구했다. 김 감독은 지난 10일 “연주를 더 잘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인데 지나쳤던 것 같다.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공식적인 사과표명을 한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시는 중재를 위해 김 감독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인 11일 찬반 투표를 벌였지만, 노조 93명 중 77명이 김 감독의 사퇴에 찬성했다. 시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채 12일 넘게 수원시향의 갈등을 봉합하려고 했으나, 결국 이날 김 감독의 사표는 수리됐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분간 수원시향을 부지휘자 체제로 운영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새로운 예술감독을 영입하고 시향 운영방안을 개선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설 계획”이라며 “수원시향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절정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사태가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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