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임기 초 내각 구성의 난맥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과거 청문회 단골 소재였던 위장전입이 이번에도 문제다. 청문을 끝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미 발목 잡혀 있다.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위장전입을 고위 공직자 임용 불가 5대 원칙의 하나로 지목했었다. 청와대가 할 말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과 청문회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진표 위원장이 소모적 논란을 없애고 인재를 적소에 기용하기 위해 합당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위장전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같은 위장 전입이라도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과 ‘생활형 위장전입’은 구분돼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구상과 발언이 나왔겠는가. 그 처지를 이해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어불성설의 정이 농후하다. 고위 공직자를 검증한다는 취지의 청문회다. 어떻게 고칠 것인지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 방향이 ‘인재 등용을 위해 청문 문턱을 낮추는 쪽’이라면 더 문제다. 사회 구성원이 원하는 부패 척결 의지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과 거꾸로 가는 개악(改惡)이라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이익형 위장전입과 생활형 위장전입의 구분도 그렇다. 이를테면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보자.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자녀를 국내 유명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과정에서 저지른 위장전입이다. 유명 학교 입학이 곧 금수저의 출발이라 여겨지는 우리 사회다. 이를 생활을 위한 위장전입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현행 주민등록법 37조 3항은 목적과 상관없이 위장전입자를 처벌한다. 목적범죄가 아니라 결과범죄다.
부질없는 논의다. 결국, 청문회 일이다. 국가적 인재냐 아니냐도 청문회가 결정할 일이다. 용서할 위장전입이냐 용서 못 할 위장전입이냐도 청문회가 결정할 일이다. 이때 정부 여당이 할 일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야당과 대화하며 임용 절차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도가 심한 후보자에 대해 과감히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협조를 구하는 노력과 스스로 결정을 철회하는 결단. 이것이 바로 협치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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