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2017 융합문화콘서트’

산·학·정 협력 시스템은 필수… 4차 산업혁명 ‘성패 열쇠’

이노베이션 코리아 어떻게 이룰 것인가

21세기 융목합의 본질 파악, 혁신의 길을 모색한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의 ‘2017 융합문화콘서트’가 지난 25일 융기원 1층 컨퍼런스룸에서 올해 첫 강의를 시작하며 지식 향연의 문을 열었다. 이번 일정을 시작으로 융합문화콘서트는 오는 12월까지 총 10회가 마련된다. 이날 강연에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ㆍNASA) 항공부문 행정 최고책임자인 신재원 박사가 연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신 박사는 ‘이노베이션 코리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2시간여 동안 미래산업을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인재와 자세, 이를 통한 혁신의 길을 모색해 청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강연에는 도내 기업인과 대학ㆍ연구소 관계자, 도민 등 200여 명과 함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무료로 평소에 듣기 어려운 명품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중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 25일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융합문화콘서트에서 신재원 박사가 ‘이노베이션 코리아, 어떻게 이룰 것인가? 21세기 융복합의 본질 파악,혁신의 길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 25일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융합문화콘서트에서 신재원 박사가 ‘이노베이션 코리아, 어떻게 이룰 것인가? 21세기 융복합의 본질 파악,혁신의 길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기술융합’이 미래산업을 연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 1ㆍ2ㆍ3차 산업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혁명을 일으킨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기술이 서로 융합해 새로운 혁명을 일으킨 겁니다. 저는 이런 변화를 ‘21세기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봅니다.”

 

AI와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가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현실이 됐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4차산업 혁명은 대체 무엇일까. 28년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는 신재원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를 ‘융복합’으로 읽어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이끌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로 대변된다. 4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 주도하지 않고 기술이 융합해 사회의 각 분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혁명은 새로운 것이 등장한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기술을 융합해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기능을 창출해냈다”며 “스마트폰 역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배터리, 이미징 기술 등을 융합해 이뤄낸 혁신”이라고 단정했다.

 

신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나사와 드론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나사도 생존을 위해 구글, 아마존, 버라이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분야를 뛰어넘는 협력이 생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은 기업 외부·내부서 이뤄져야

21세기 혁신을 창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 박사는 ‘핵심적인 질문을 하라’, ‘올바른 문화를 조성하라’, ‘명확한 미션을 정립하라’고 강조했다.

 

우선 본질을 꿰뚫는 정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신 박사는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이자 글로벌 엘리베이터로 유명한 오티스의 혁신을 예로 들었다. 과거 엘리베이터를 끌어올리고 내리려면 반드시 건물 꼭대기 층에 커다란 머신룸(기계실)을 둬야 했다. 이러한 공간을 두고 당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리서치센터 소장은 오티스 측에 머신룸을 없애라고 주문했다. 엔지니어들에게 100년의 엘리베이터 전통을 깨는 질문을 던졌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이끌어냈다.

▲ 25일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융합문화콘서트에서 신재원 박사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5일 수원시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융합문화콘서트에서 신재원 박사를 비롯해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조직 구성원 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배터리 회사라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하다. 신 박사는 “테슬라는 전기차와 함께 가정 내에서 40Kw 용량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파워월, 낮 동안 태양열을 전기로 만들 수 있는 솔라루프를 개발하면서 평생 전기세를 내거나 주유소에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출현을 가속화 하는 것(Accelerate the advent of sustainable energy)’이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을 이루는 데는 내부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on)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제조사로 유명한 코닥과 후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때 필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는 시대에 경쟁자를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결국 쇠락의 길을 걸었다. 반면, 후지는 필름 제조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화장품 산업에 뛰어드는 혁신을 이뤘다. 내부 파괴적 혁신으로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이끈 후지는 코닥의 44배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정부ㆍ대학ㆍ산업 ‘연구 생태계’ 구축해야

신 박사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과제로 정부와 대학, 산업의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을 지목했다.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법 제도를 능동적으로 혁신하고 정부 연구소는 구심점이 돼 대학과 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지식과 기술의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1세기형 이노베이션 강국의 자리는 연구와 기술의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는 나라가 차지할 것”이라며 아이디어가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생태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융합문화콘서트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교양 강좌는 물론 시ㆍ군 동호회와 함께 문화공연을 열며 도민과 호흡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리적 접근으로 평소 강좌를 접하기 어려운 도민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융합문화콘서트’를 열어 지식과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회 콘서트는 다음달 1일 오후 6시 부천여자고등학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정자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 신재원 NASA 항공부문 행정 최고책임자
▲ 신재원 NASA 항공부문 행정 최고책임자
신재원 NASA 항공부문 행정 최고책임자 

INTERVIEW

 

신재원 박사(59)는 업무적 경험과 성과를 통해 나사 내에서 최고의 소통ㆍ협력 전문가로 꼽힌다. 한 번도 받기 어렵다는 미국의 최우수 공직자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융합문화콘서트가 열린 직후 신 박사에서 21세기 기술혁신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과 정부와 산학의 역할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21세기형 이노베이션은 여러 다른 기술이 서로 잘 융합돼 이제껏 없던 새로운 물건이나 기술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대학과 산업, 정부가 함께 유기적으로 혁신 시스템(Eco-System)을 잘 구축하는 국가가 21세기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21세기 이노베이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과 인재상은 무엇인가.
A 자신이 제일 잘하는 업무나 장점이 다른 기술이나 조직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한때 최고의 기업이었던 코닥은 이런 흐름을 제때 알지 못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또 조직원들이 함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그동안 큰돈을 가져다준 금융사업을 매각하고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본질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했을 때 주주를 비롯해 수많은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했다. 반대의견을 설득할 수 있는 용기, 결정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세기에 성공한 회사가 21세기를 새롭기 개척하기 위한 탁월한 자세였다. 


Q 대학과 정부, 산업이 함께 유기적으로 혁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A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21세기형 이노베이션 강국을 이루려면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법제도를 능동적으로 혁신하고, 이노베이션이 일어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서울대학교와 함께 이러한 특별한 강연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려면 대학과 정부나 지자체, 산업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대학-정부-산업이 각자 잘하는 역할에 전념하고 유기적으로 협력 관계를 잘 맺는 국가가 21세기 강국이 될 거다. 미국이 경제 대국으로 남은 이유도 이러한 시스템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Q 국가기관인 나사도 민간 기업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A 나사에서는 1년에 항공 쪽과 관련해서만 대학에 4천만~6천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대학은 연구의 기초 연구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석박사 과정의 인재도 양성된다. 성과가 있으면 3년가량 지원을 하는데, 학생들이 박사학위를 받고 나갈 수 있도록 인재양성을 도와주는 거다.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할 때는 기업에서도 함께 투자하게 한다. 산업계가 직접 돈을 지출해 연구할 때는 업계에서 꼭 필요한 분야를 한다. 나사항공에서 하는 연구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다. 


Q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국내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A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미국에서 석ㆍ박사를 하는 과정에 비행기 관련 일을 하는 게 굉장히 재밌다는 걸 느꼈다. 비행기 분야와 관련해 가장 우수한 기관인 나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자리가 생겨 입사하게 됐다. 나도 공부를 하는 동안 취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내가 제일 흥미있고 재밌어하는 일을 하니 결국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잘 헤쳐나가게 되더라. 어려운 시기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길 바란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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