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만에 고국 땅으로… “편히 영면하소서” 故 박경식 신부 유해 봉안식

독일서 사제서품 65일만에 선종 천주교 안성 미리내 성지에 안장
유가족들, 사제 양성 기금 쾌척

30일 안성시 미리내 성지 한국 순교자 103의 시성 기념 성전에서 열린 고 박경식(루카) 신부님 유해 봉안식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등 참석자들이 위령미사를 드리고 있다.전형민기자
30일 안성시 미리내 성지 한국 순교자 103의 시성 기념 성전에서 열린 고 박경식(루카) 신부님 유해 봉안식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등 참석자들이 위령미사를 드리고 있다.전형민기자
“주님, 사제 박경식(루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죽어서도 한국 땅을 그리워했던 그리스도의 한 자녀가 먼 이국땅에서 50년의 시간을 홀로 보내다 30일 따뜻한 한국 땅에 몸을 뉘었다. 

독일에서 지난 1969년 3월 사제서품을 받은 뒤 2개월여 만에 불의의 사고로 선종, 독일 다이데스하임 성당 내 성직자 묘지에 안장된 고(故) 박경식(루카) 신부의 유해가 48년이 흐른 이날 한국 땅에 묻힌 것.

 

이날 안성시에 소재한 미리내 성지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전 및 성직자 묘지 일원에서 진행된 유해 봉안(奉安)식은 오전 10시께 연도(煉禱·위령기도)로 시작해 ▲유해봉안을 위한 위령미사 ▲무덤축복 및 유해봉안의 순으로 엄수됐다. 

본격적인 미사 전 교구 연령회 연합회가 성인과 성녀의 이름을 부르자 1천여 명의 신자들은 신심을 담아 “박경식(루카) 신부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연도를 봉헌했다. 이어 유해 봉안을 위한 위령미사가 시작되자 1천여 명은 기립해 성가와 기도로 고인의 영원한 안식과 평안을 두손 모아 기도했다.

 

그리고 제단 앞에는 눈시울이 붉게 무른 고(故) 박경식(루카) 신부의 유가족이 고국의 땅에 묻힌 젊은 사제를 위로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 교구장대리 문희종 요한세례자 주교를 비롯 1960년대 초대 수원교구 교구장인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 및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많은 신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안식을 함께 기도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위령미사를 주례하는 자리에서 “정중하게 옷깃을 여미며 교구 사제단의 한명으로 살았던 고인을 위한 위령미사·봉안식에 정성을 기울이는 오늘 이 자리가 뜻깊다. 경기 광주군 둔전리에서 지난 1939년 10월 출생한 고인은 2남2녀 중 넷째로서 ‘어머님의 은혜’를 자주 부르는 효심 깊은 젊은이였다는 지인들의 기억에서 고인의 평소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후 1969년 3월 독일 슈파이어 주교좌대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1969년 사제로서 독일 다이데스하임 성당서 첫 미사를 집전하며 첫 걸음을 뗀 고인은 쾨른공항에서 윤공희(빅토리노) 초대 교구장 대주교를 환송하고 돌아오던 중 루드빅스하펜에서 참변을 당했다.

천주교 수원교구가 태동하던 1960년대 초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몇분 안 계신 상항에서 불과 사제로서 65일의 짧은 생를 마친 안타까운 죽음 앞에 초대 교구장뿐 아니라 독일 현지 봉당 신부를 포함한 한인사회는 비통함에 젖었다며 현지 독일 언론은 당시 상황을 애통하게 보도했다”며 고인의 생전을 갈음했다.

 

이어 “유가족은 교구와 교회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아 사제 양성 기금을 쾌척하는 등 고인의 뒤안길을 아름답게 따르고 있다. 여기 모인 신자와 사제단은 오늘을 잘 새겨 사랑과 헌신으로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믿고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사 후 1천여 명의 운구행렬은 고인의 유해가 담긴 유골함의 뒤를 따라 성직자묘지로 올랐으며, 이용훈 주교가 주례한 무덤축복과 유해안장, 성수 및 분향예식으로 고인은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한편, 고(故) 박경식(루카) 신부는 지난 1939년 경기 광주군에서 출생, 1969년 3월 독일 슈파이어 주교좌대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1969년 5월 불의의 사고로 선종에 들어 독일 다이데스하임 성당 내 성직자 묘지에서 안식하다 48년 만인 지난 29일 유해를 본국인 한국으로 송환, 30일 천주교 수원교구 미리내 성지 성직자 묘지에 봉안됐다.

30일 안성시 미리내 성지 성직자 묘지에서 열린 고 박경식(루카) 신부님 유해 봉안식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등 참석자들이 무덤축복 및 유해봉안 미사를 하고 있다.전형민기자
30일 안성시 미리내 성지 성직자 묘지에서 열린 고 박경식(루카) 신부님 유해 봉안식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등 참석자들이 무덤축복 및 유해봉안 미사를 하고 있다.전형민기자

권소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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