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덮친 ‘최악의 가뭄’… 농업용수도 마실물도 말랐다

옹진 북도 농촌 30% 모내기 ‘올스톱’ 마늘·고구마 등 밭작물은 타 들어가
주민들 식수조차 짠물 하루하루 고통 작년 관정 요구… 郡 뒷북 조사 ‘원성’

▲ 극심한 가뭄이 인천 섬 지역으로 이어지면서 30일 오후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남동정수사업소에서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와 덕적도, 북도 등지에 지원될 비상급수용 미추홀 참물을 생산하고 있다.장용준기자
▲ 극심한 가뭄이 인천 섬 지역으로 이어지면서 30일 오후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남동정수사업소에서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와 덕적도, 북도 등지에 지원될 비상급수용 미추홀 참물을 생산하고 있다.장용준기자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심해지면서 인천 섬 지역 주민들의 가슴도 타들어가고 있다.

 

30일 옹진군 북도면에 따르면 모내기철이 이미 지났음에도 이 지역 농가 중 약 30% 정도가 모내기는 물론 논을 갈지도 못하고 있다.

 

논을 갈아엎어 물을 채운 후에야 모내기가 가능하지만 농업용수가 부족해 아직까지 논갈이 조차 못했다는 것. 모를 심은 논들도 가뭄이 길어지면서 땅에 염분이 올라와 어린 모잎들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북도면 주민센터 관계자는 “섬 지역 논과 밭들은 대부분 간척지가 많다보니 논과 밭에서 염분이 올라와 식물들이 말라 죽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섬 주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345가구 7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신도는 대부분의 저수지들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특히, 바다와 가까운 마장과 갯말지역 주민들은 농업용수가 없어 모내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김종운 신도3리 이장은 “지난 봄부터 날이 가물어 마늘이며 고구마가 다 말라 비틀어졌지만, 마실 물도 부족해 밭 작물은 아예 신경 쓸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뭄에 대비해 지난해 가을부터 관공서에 올 봄에는 꼭 지하수를 파달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어제서야 공무원들이 나와 지하수 팔 곳을 조사하고 다니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근에 있는 섬 주민들은 염분이 섞인 물을 마실 정도로 가뭄을 온 몸으로 겪고 있다.

 

인근 섬인 시도의 김영진 이장은 “식수가 부족한데다 물에 염기가 있어 커피를 타면 위에 계란 엉기듯이 부유물이 잔뜩 뜰 정도”라며 “식수를 공급해달라고 시에 요청을 했는데 언제 받아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40가구가 사는 모도의 최광선 이장도 “논밭에 심어놓은 모와 작물도 염분을 먹어 문제지만, 주민들도 염분이 섞인 짠물을 마시고 있다”며 “먹는 물이라도 제대로 먹는 게 소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물이 부족하다고 신청하면 제공을 해주지만, 연평도 지역을 제외하곤 아직까지 제한급수를 할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물 부족에 대해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섬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미추홀 참물로 지원해주고 있으며, 일부 섬 지역은 최근에서야 요청을 해와 지금 공급할 물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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