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장기화에 과수·밭작물도 피해 속출…타들어가는 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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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31일 평택시 배농가를 방문해 가뭄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듣고 있다. 경기농협 제공

“배 농사를 20년 동안 해왔지만 이렇게 가물기는 처음이네요. 하루빨리 비가 시원하게 와서 배가 쑥쑥 자라주길 바랄 뿐입니다.”

 

평택시 진위면에서 4천950㎡ 규모로 배 농사를 짓는 예종관 씨(80)는 31일 오전 메마른 배나무를 바라보며 씁쓰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비가 오지 않아 물을 제때 대지 못해 배나무 170주에 맺힌 배 크기는 평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급한 대로 인근 농가에서 호스를 이용해 물을 끌어다 쓰지만, 저수지 물이 부족해 이마저도 더는 사용할 수 없다. 한창 농사에 여념이 없을 시기이지만, 벌써 수확 걱정이 앞선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서 3만 6천900㎡ 규모에 배추를 심은 송종배 씨(64)는 예년보다 5일이나 출하 시기를 앞당겨 이날 수확했다. 비가 오지 않아 이대로 뒀다가는 상품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송 씨는 “가뭄에 대비하려고 올봄에 관정을 내서 냇가 물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 냇가에 물이 말라 끌어다 쓸 물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메말라가는 가운데 도내 곳곳에서 농민들의 애가 타들어 가고 있다. 한창 성장기에 접어든 지역 농ㆍ특산물이 물이 없어 성장을 멈추고 있다.

 

용인 이동저수지와 안성 금광저수지가 용수 공급원인 평택시는 모내기와 작물 식재율이 현재 94% 수준이지만 대파, 양파 등 밭작물이 상당수 말라 가고 있다. 진위면, 고덕면 등에서 사용하는 이동저수지의 저수율은 23%에 불과하고 팽성읍, 신평동 등의 용수원인 금광 저수지는 저수량이 9%에 불과해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과 임직원 등은 이날 가뭄 현장을 찾아 방안을 모색하고, 일손돕기 등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농협 관계자는 “가뭄이 극심한 평택 등 도내 6개 지역에 대해 무이자 자금 250억 원을 즉시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범농협 차원의 가뭄 극복 대책 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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