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지자체 트램 경쟁, 경전철꼴 나는건 아닌지

의정부경전철의 파산은 예고된 참사였다. 터무니없는 수요예측을 토대로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9천4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첫해 실제 이용객은 하루 1만여 명에 그쳤다. 최근 수도권 환승 수요 증가로 하루 3만5천800여 명으로 늘었지만 손익분기점인 11만8천여 명까지는 까마득했다. 총사업비 6천767억원이 들어간 의정부경전철은 3천676억원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개통 4년 10개월 만에 결국 파산했다

용인경전철의 경우도 수익성이 낮아 현재 연간 200억원 이상을 용인시가 부담하고 있다. 800억원 이상 들어간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써보지도 못하고 고철이 됐다.

새로운 교통수단인 경전철을 도입하는데 합리적인 수요분석 대신 인구 뻥튀기와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 단체장의 욕심으로 성급하게 추진한 결과다. 수익성과 활용방안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묻지마식 개발때문에 일어난 참사다.

이번엔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다퉈 트램(Tramㆍ노면전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0곳이 넘는다. 도내에만도 수원, 화성, 성남, 시흥, 부천 등에서 도입하려 한다.

수원시는 수원역~팔달문~화성행궁~장안구청에 이르는 6.17㎞ 구간에 트램을 건설할 계획으로 2018년 착공 예정이다. 화성시도 동탄신도시의 기존 전철역과 연계하는 방식의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로 반월교차로~오산역(23.7㎞), 2단계로 병점역~동탄역(8.6㎞) 구간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비가 1조원에 가깝다.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의 판교역~성남산업단지(10.3㎞), 판교차량기지~정자역(13.7㎞) 구간을 검토하고 있다. 시흥시는 오이도역~오이도(6.5㎞) 구간, 부천시는 송내역~부천역(9.1㎞) 구간에 트램을 건설하겠다며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했다.

트램은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고 건설ㆍ운영비도 적다. 경전철의 3분의 1, 지하철의 6분의 1 정도다. 그러나 트램 경쟁에 나선 지자체들이 면밀한 수요 예측이나 재원 마련 방안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민자 유치나 국비를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자칫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적자가 누적돼 파산 선고를 받은 의정부경전철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우려가 크다.

트램은 도로를 혼잡하게 해 차량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지역 실정에 맞는지, 트램이 다니는 지역의 차량을 어떻게 줄일지 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경전철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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