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다세대 등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욕설과 폭행은 다반사고 종종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층간소음 못지않게 개ㆍ고양이 등 반려동물로 인한 ‘층견(犬)소음’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1천만을 넘어섰다. 관련 산업도 크게 발전했다. 반려견의 경우 전용 유치원에다 병원, 미용실, 호텔, 장례식장까지 등장했다. 현재 2조 원 규모인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엔 지금보다 3배가량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반려동물이 느는 만큼 이웃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목줄 미착용이나 배설물 방치 등으로 종종 다툼이 일어난다.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선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력으로 번지기도 한다. 공동주택의 반려동물 소음은 더욱 심각하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못 살겠다는 민원이 층간소음 민원을 크게 앞질렀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는 ‘반려동물 관리 철저’ 공지문이 붙었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특별 조치할 것’ 등의 주의사항과 함께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1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적혔다. ‘저희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아파트지 동물을 키우는 애완견센터나 보호건물이 아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반려동물을 처분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처분하라는 내용은 황당하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반려동물과 관련된 조항이 주민 합의로 포함돼 있지 않으면 입주자 대표가 과징금을 물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웃간 분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한 민원과 분쟁이 늘자 일부 자치단체에선 반려동물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청은 반려견 문화교실 ‘서당개’(서툰 당신의 개)를 열어 반려견과 개 주인을 상대로 문제행동 교정 실습, 산책 요령, 페티켓(반려동물 에티켓) 등을 교육했다.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기 위해 동물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등을 교육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선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중재하는 ‘동물갈등조정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공존해 살아가려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의 페티켓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냄새나 소음을 관리하는 등 동물보호법에 나오는 사항을 지키기만 해도 민원 발생이 줄어든다. 이웃에 대한 불편함뿐 아니라 나와 가족이 같이 살기 위해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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