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예지군(용인 초당중 3년)은 수영 선수다. 초등학교 시절 소년체전에서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180㎝의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근력과 순간 스피드가 대단하다. 미국의 수영 영웅 펠프스처럼 되겠다며 구슬땀을 흘린다. 그런 채군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감기약을 잘 못 복용해 청력을 잃었다. 제대로 된 수영장이 없는 용인에 거주하는 것도 그래서다. ‘타지에서 생활하면 장애로 인한 상처를 입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본보가 채군을 인터뷰한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때마침 출전 중인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였다. 채군은 오는 7월 개최되는 세계 농아인 올림픽에서 5관왕을 차지하겠다는 꿈을 당차게 얘기했다. 수영 시작 2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를 만큼 그의 소질은 탁월하다. 연맹 측 관계자들도 채군의 이 목표가 결코 헛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우리를 보다 감동시킨 내용이 있었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향한 끝없는 효심이다.
채군은 “올림픽에서 5관왕을 달성해 할머니께 꼭 돌침대를 선물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보도 후 일주일이 지나고 채군의 꿈이 이뤄졌다. 돌침대ㆍ흙 침대를 생산판매하는 ‘(주)가보건강침대’가 채군 할머니에게 돌침대를 선물했다. 회사 측은 “신문 보도에서 채군의 얘기를 접하고 돌침대를 선물하게 됐다. 모쪼록 채군이 힘을 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 채군의 효심과 이를 도와준 기업정신이 만든 미담이다.
효는 더 이상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사상이 아니다.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부모 모시기는 재산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등장한 효도 계약서는 이제 전문 제작 업체와 전문 변호사가 등장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수많은 독거 노인이 우리 주변 곳곳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노인들도 급증했다. 2015년 기준 노인 자살률은 58.6명(인구 10만명당)이다. OECD 평균의 3배로 부끄러운 1등이다.
이런 세태를 향해 던져진 따뜻한 이야기다. 본인의 몸도 성치 않다.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하게 크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 승리다. 그런 채군이 아무도 생각 못하는 효심까지 갖고 있다. 여기에 채군의 효심을 듣고 뜻을 보태준 (주)가보건강침대 역시 귀감이 될 이야기다. 본보 5일자 지면(3면)에는 채군과 할머니,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한 사진이 실렸다. 가족 표정 어디에도 그늘짐은 없었다. 효로 맺어진 한 가정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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