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문화 확산… 위계·연공서열 퇴출 업무중심 인사 ‘수평조직’ 소통 강화
삼성·SK 이어 LG전자 등 속속 가세 윗선부터 권위주의 내려놔야 ‘실효’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장, 과장 호칭이 사라지고 있다. 삼성과 SK에 이어 LG까지 직급체계를 개편하고 수평적ㆍ자율적 호칭을 도입하는 등 재계 전반에 호칭ㆍ직급 파괴 바람이 확산하면서다.
업무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 수평적자율적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의도다. 과거와 같은 위계, 연공주의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 글로벌시대, 수평적 조직문화가 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 달부터 현재 5단계인 사무직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한다. 사원 직급만 종전과 같고 대리ㆍ과장은 ‘선임’, 차장ㆍ부장은 ‘책임’으로 통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기존 7단계 직급을 4단계로 줄였다. 개인의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커리어레벨(CL)도 1∼4로 직급을 구분한다. 임직원 간의 호칭은 ‘님’, ‘프로’ 등으로 바꿨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직위를 팀장과 매니저로 단순화했다.
지난해부터 직급 체계도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정기승진을 폐지하고 인사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 점수 누적에 따른 승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CJ는 2000년 1월 ‘님’ 호칭 제도를 도입하며 변화를 이끌었다. 공식 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부를 때도 ‘이재현 님’이라고 부른다.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쿠팡, 카카오, 한국타이어 등도 ‘호칭파괴’ 흐름에 올라탄 상태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직급에 따른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 고위 임원들 솔선수범이 ‘성패 열쇠’
이러한 호칭 변화와 직급 단순화만으로는 ‘한국식’ 기업 문화가 단번에 사라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새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상당수가 임원은 예외로 하고 있다. 부장 이하 직원들끼리만 평등하게 만들고 팀장, 그룹장, 파트장, 보직 임원 등은 여전히 직책으로 부르는 것이다. 위·아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KT는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직급 대신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2014년 기존 체제로 돌아갔다. 포스코는 2011년 매니저 등 영어 호칭을 도입했다가 올해 2월 우리말 호칭으로 되돌렸다.
대기업 5년차 직장인 A씨는 “호칭만 바뀐다고 조직이 수평적으로 바뀌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전형적인 말장난일 뿐 암묵적인 상하관계와 권위주의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권위적인 문화는 상당수 윗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임원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세심한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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