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몇 푼으로 차별받는 국가유공자

국가보훈처 임대주택, 신청 후 몇 년 기다려야 가능
전몰유족 지원·보훈명예수당도 지자체마다 제각각
시흥, 1년에 고작 9만원 지급… 김포는 월 5~7만원

제62회 현충일을 맞아 호국 영령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가운데, 정작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예우는 아직도 부실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지원 규모가 제각각인가 하면, 임대주택 지원 사업 또한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5일 경기남부보훈지청과 도내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국가보훈대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관내 거주하는 참전유공자 및 국가유공자들에게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지원 기준인 조례 내용이 서로 다르면서 거주 지역별로 신청 자격은 물론 지급 금액, 지급 시기 등이 천차만별이다.

 

도내에서 지원이 가장 열악한 곳은 시흥시다. 시흥시는 관내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2천400여 명에게 설과 추석, 현충일 등 3회에 걸쳐 3만 원씩, 1년에 고작 9만 원만 지급하고 있다. 안산시도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3천650명에게 분기마다 3만 원씩, 1년에 12만 원을 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오산시는 80세 이상 월 8만 원, 65세 이상 월 5만 원, 65세 미만 월 2만 원 등 연령별로 차등을 두고 있으며, 용인, 부천, 평택시 등도 만 65세 이상으로 연령 제한을 설정해 둔 상태다.

 

반면 김포, 광주, 이천, 의왕시 등은 연령 제한이 없었으며, 지급 금액 또한 월 5만~7만 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이성길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기획관리실장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역별로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한 희생정신은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가보훈처가 전몰군경유족을 비롯한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지원 사업도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대기자 수에 비해 나오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신규로 건설하는 임대주택의 일정량을 확보, 무주택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국가유공자가 관할 보훈지청에 이를 신청하면 보훈지청이 접수한 순서대로 분양 건설사에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까지 경기남부ㆍ동부ㆍ북부보훈지청에 접수된 국가유공자 임대주택 신청 건수는 각각 2천152건, 2천325건, 1천552건 등 총 6천29건에 달한다. 지난해 경기남부보훈지청의 경우 건설사 추천 건수는 356건으로, 신청 건수가 2천152건임을 감안하면 신청한 뒤 입주할 때까지 몇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에 대해 지자체와 보훈지청 관계자는 “조례 개정 등 절차가 복잡해 해결 방안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면서 “임대주택의 경우 지원자가 많은데다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물량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기기간이 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권혁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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