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당, 예측 가능한 정당이 돼라

국민의당에게 캐스팅보트(Casting Vote)는 정치적 무기일 수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이 만들어준 역할이 그랬다. 대선용 이합집산을 거쳤지만, 그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299석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0석밖에 안 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107석에 불과하다. 여당 성향의 국민의당 40석과 야당 성향의 바른정당 20석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역할은 정치공학적 기술일 수도 있고, 유권자가 부여한 권한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그 속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역할이 국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른정당은 대체적으로 국민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헷갈리는 건 국민의당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때부터 그랬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하더니 문 대통령의 ‘양해바란다’는 말에 입장을 바꿨다. 여기까지는 정당 텃밭인 호남 총리라는 한계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후 모든 입장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 갈팡질팡한다. 청문회 전까지는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었다. 그러다가 청문회 당일(2일) ‘낙마시킬 정도의 문제는 없는 것 같다’며 입장을 바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는 더 혼란스럽다. 당 논평을 통해 ‘자진 사퇴하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는) 의혹은 많지만 적당한 분이다’며 다른 입장을 폈다.

대선에서 국민의당은 중도 보수로의 확장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사드 배치 반대라는 당론을 두고 사드 배치 찬성이라는 선거 캠페인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 20% 선에 머물렀다. 결국,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진보적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청문회에서의 입장도 대략 짐작되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큰 틀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하되 지엽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는 선에서 접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르다. 그렇다고 반(反) 문재인 정부로 가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가 당의 방향을 알 수 없다. 안 된다고 하던 당론이 하루 만에 된다고 바뀐다. 당이 낸 공식적 입장을 당 중진이 방송에 나와 뒤집는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대하는 모든 입장이 이랬다. 캐스팅보트라는 전략적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단일 사안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해야 하지 않나.

캐스팅보트 행사에도 이념과 소신은 깔려 있어야 한다. 그 이념과 소신을 지켜보면서 유권자가 수권(授權) 능력을 판정한다. 국민의당은 원내 세 번째 공당이다. 당연히 정권쟁취를 목적으로 할 것 아닌가. 도지사도 내고 시장 군수도 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당은 국민 앞에 단결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고, 중진(重鎭)-박지원 의원-은 당을 위해 존재감을 감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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