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피흘린 611용사 ‘홀대?’ 인천도시철 때문에… 찬밥신세 된 ‘콜롬비아공원’

중남미 나라 중 유일한 파병국가 
도시철도2호선 공사로 면적 줄어
주민 기억서 퇴색… 빛바랜 혈맹

▲ 인천시 서구 가정동의 콜롬비아 공원이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와 함께 그 규모가 줄어 들면서 출입구 축소와 함께 공원내 설치된 6·25 전쟁당시 전사한 611명의 콜롬비아 참전용사 기념탑을 무색케 하고 있다.장용준기자
▲ 인천시 서구 가정동의 콜롬비아 공원이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와 함께 그 규모가 줄어 들면서 출입구 축소와 함께 공원내 설치된 6·25 전쟁당시 전사한 611명의 콜롬비아 참전용사 기념탑을 무색케 하고 있다.장용준기자
“카리브해의 정기를 타고난 콜롬비아 용사들! 국제연합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가 마침내 611명의 고귀한 생명이 피를 흘렸다.”

 

인천 서구 가정동 허허벌판이 된 루원시티 가장자리 고속도로 변에 있는 콜롬비아공원. 공원안 콜롬비아군 참전 기념탑에는 67년전 6·25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611명의 콜롬비아 참전용사를 기리는 비문이 새겨있다.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병사들이 낯선 땅에서 피를 흘렸다. 누군가는 이 땅에 뼈를 묻었고 또 누군가는 다리를 절룩이며 고향 콜롬비아로 돌아갔다.

 

8일 찾은 콜롬비아공원은 아직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작지만 새롭게 출입로가 생겨 오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멀리서도 콜롬비아군 참전 기념비 오른쪽 꼭대기에 까만색으로 강조한 C자가 보인다. 검을 들고 반듯하게 서 있는 입상은 라틴아메리카의 이국적인 향을 풍기며 보는 이를 압도했다.

 

콜롬비아 공원은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와 함께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곳을 찾는 주민의 숫자도 현저히 줄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콜롬비아 공원은 여름이면 그늘 아래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한 밤 열대야에 지쳐 나온 주민들의 안식처로 활용됐었다. 하지만, 인천2호선 개통과 함께 가정중앙시장역이 생기면서, 콜롬비아공원은 가정동 주민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지기 시작했다.

 

콜롬비아공원 인근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정모씨(60·여)는 “인천2호선 공사가 시작되면서 몇년동안 콜롬비아 공원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며 “예전에는 이곳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열대야가 심한 날에는 텐트를 치고 자는 등 자주 왔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38)는 “1990년대 초 초등학생 시절 겨울에 눈이 오면 콜롬비아 언덕에서 사료푸대를 엉덩이에 깔고 눈썰매를 타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며 “친구들과 콜롬비아참전기념탑에 올라가 놀곤 했는데, 지금은 공원이 많이 협소해져 잘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콜롬비아는 6·25전쟁 당시 프리킷함 한 척과 병력 5천여명을 파병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파병한 콜롬비아는 금성지구 전무, 연천·금화·철원 전투 등 다수의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전사자 214명, 부상자 448명 등 총 66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양 어느 귀퉁이에 있는지도 모르는 작은 나라 전쟁에 목숨걸고 참전한 지구의 젊은들에게 우리는 핏빛 부채를 떠안고 사는 셈이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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