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시행될 종교인 과세, 조세정의 실현이다

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이라며 “정부는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혀왔다.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종교인 과세 질의에 “내년 시행이라 준비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반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종교인의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밝혔다. 종교인 과세를 2020년으로 2년 더 미루기 위해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해 논란이 됐다. 50여 년 만에 어렵사리 입법화된 종교인 과세가 시행 7개월여를 앞두고 자칫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종교인 과세는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2015년 12월 국회가 관련법을 통과시킬 때 첫 시행인 만큼 혼란을 줄이자는 취지로 2년간 준비기간을 둬 2018년부터 시행토록 했다. 이제와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명분도 원칙도 없이 종교인 과세를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높다. 2014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3%가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김진표 위원장이 입장을 바꿔 7일 “종교인 과세는 신속하게 이뤄질수록 좋다”면서 “2018년도에 종교인 과세를 하겠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입장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계와 약속한 것이어서 소득세법 개정안은 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현재 침례교 장로와 더불어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인지 태도가 명쾌하지 않다. 이중적이다. 이는 신앙인으로서 특정종교를 비호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문 정부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어찌 됐든 종교인 과세는 내년부터 시행으로 가닥이 잡혔다. ‘국민개세(國民皆稅)주의’나 공평과세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진작 실행했어야 할 정책이다. 천주교 사제들은 1994년부터 소득세를 자진 납부 중이다. 불교와 일부 개신교에서도 세금 납부를 확대해가고 있다. 과세에 반발하는 일부 특정 교단을 위해 유예한다면 이는 반개혁적 처사다.

정부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미비점을 보완해 가며 법대로 시행하면 된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 예외야말로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 중 하나다.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종교인도 납세의 의무를 피해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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