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통번역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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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교부 장관의 임명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에서는 강경화 장관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의 경험과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원수의 통역을 맡아 절찬을 받은 영어실력을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국제외교무대에서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으나 야권에서는 후보자 신변의 여러 가지 사유를 들어 극력 반대하고 있다.

 

통번역의 중요성을 인정한 유사한 사례로 중국에서는 온자바오 총리부터 현재의 리커치앙 총리까지 수차례의 국빈 회견 장소에서 어용번역가의 명예로운 칭호로 극찬을 받은 장루(張)라는 인물이 있다.

 

장루는 “才永 美人不老”(재능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는 미인은 늙지 않는다)고 절찬을 받았을 정도로 당시송사, 초사원곡, 격언전고 등을 자유자재로 아주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외교부에 23세에 들어가 도태될 확률이 96%에 이르는 경쟁을 이겨내고 현재 중국 제일의 통번역 전문가가 되었다.

 

온자바오 전 총리가 연설에서 “知我罪我 其惟春秋”(나를 알고 나에게 벌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춘추라는 역사뿐이로다)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자, 장루는 ‘어떤 사람은 나를 지지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반대한다. 나는 총리로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그것의 맞고 틀림은 역사에 맡길 뿐이다’ 라고 번역하여 대중에게 전달한다.

 

원문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이 알아듣기 쉽게 해석을 한 것이다.

조금 더 들어가보면 온자바오 총리는 공자가 춘추를 지으면서 역대의 군주가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경계했던 것을 잊지 않고 총리로서 그 책임의 막중함을 인식하고 그 직책을 수행함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노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한 국가의 행정을 책임지는 총리로서 이 정도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위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는 소임을 맡은 자도 당연히 총리가 하고자 하는 뜻을 내용적으로 이해함은 물론이고 그 고전의 원래의 깊은 뜻을 잘 이해하여 간결하게 잘 표현해야 한다.

 

위와 같이 온자바오 총리는 종종 기자회견장에서 논어나 사기 등의 고전을 인용하여 연설하기를 좋아하였다. 많은 사람이 그 뜻이 무엇인지도 잘 이해를 잘 못하는데 장루는 간단하게 사고한 후 즉각 최고로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여 가장 간결하게 뜻을 전달하였다.

 

장루는 현재의 자리에 이른 비결이 무엇이냐는 말에 아주 단순하게 연습, 연습, 오직 연습뿐이고 특별한 기술은 없다고 노력의 중요성을 설파하였다.

 

번역은 절대로 기계적으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당연히 말하는 자의 입장과 정감을 그대로 전달해야만 한다. 중문과 영문의 거대한 문화적 배경은 번역을 곤란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바로 이런 점을 극복하고 상대방이 탄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장루의 뛰어난 부분이다.

 

위와 같은 내용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강경화 장관 후보자에게도 동시에 적용되는 상황이다. 중문과 영문의 문화적 배경의 차이만큼 한글과 영문의 차이는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국제사회에서 외교부를 대표하여 거의 완벽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신기자들이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의 청문회를 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여 우리 관계자에게 많은 질의를 하였다고 한다. 재능을 마음에 오래도록 품고 있는 미인이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 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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