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소금풍년인데… 농가는 ‘시름’

과잉생산으로 가격은 반토막 염도 올라가 질 떨어져 ‘울상’

▲ 최악의 가뭄과 함께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금 수확이 늘어난 염부들이 울상짓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9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공생염전에서 염부들이 뙤약볕 아래서 천일염을 수확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염전의 염부는 “가뭄과 폭염으로 알갱이가 작은 저품질의 소금 생산량이 크게 늘어 소금값이 폭락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승현기자
▲ 최악의 가뭄과 함께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금 수확이 늘어난 염부들이 울상짓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9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공생염전에서 염부들이 뙤약볕 아래서 천일염을 수확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염전의 염부는 “가뭄과 폭염으로 알갱이가 작은 저품질의 소금 생산량이 크게 늘어 소금값이 폭락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승현기자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내 염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적정 시기에 비가 와야 양질의 소금을 얻을 수 있지만 계속된 가뭄으로 질이 떨어진데다 생산량까지 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한 채 방출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경기도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경기지역 강수량은 138㎜로, 평년(252㎜)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한달간 도내 평균 강수량은 21.7㎜로, 예년 평균 103.22㎜를 훨씬 밑돌면서 유례없는 심각한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가뭄이 지속되면서 도내 염전마다 소금 생산량이 늘며 풍년을 맞고 있으나 염전 관계자들은 되레 울상을 짓고 있다. 영상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생산에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염도가 올라가면서 소금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빚고 있다.

 

염전 업계는 양질의 소금을 얻기 위해서는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은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다가 한두 차례 비가 오는 것이 소금 생산에 있어 최적의 환경으로 보고 있다.

소금을 수확하고 난 후 민물로 염전 바닥에 남아 있는 소금가루 등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결정이 잘 되면서 또다시 좋은 품질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빗물 대신 바닷물로 염전 바닥을 씻는 현상이 되풀이 돼 소금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염전 농민들의 생계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1년 전 6천 원이었던 20kg 한 포대 가격이 3천300원 수준으로 반토막 나면서 생산원가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도내 최대 소금 생산지인 화성지역 염전은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최대 3~4일 걸리던 소금 수확이 하루 만에 이뤄지는 등 생산 속도가 빨라졌다. 

그 결과 염전 한 곳의 하루 소금 수확량도 ㏊당 약 3천250㎏으로, 평년(약 2천㎏)보다 약 1.5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과잉 공급은 농민들의 생산원가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생염전 관계자는 “최근 몇 년째 소금이 풍년인데다 올해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까지 겹쳐 한동안 소금 생산을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비가 와야 소금 생산량도 조절되고, 가격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는데 날씨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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