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60주년… 터키대사 서호초교 찾아
한국전쟁때 수백여명 고아들 보살폈던
앙카라 고아원 설립 역사적 의미 살려
교명변경 제안에 체육관 이름바꿔 기념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서호초등학교 일대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동족상잔’의 현장임과 동시에 새로운 희망이 솟아난 자리였다.
전쟁 발발 4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17일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파견한 참전군 가운데 1개 보병여단이 이곳에 주둔했고, 이들은 용인 금양장리(현재 김량장동)에서 벌어진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600여 명의 병력으로 4천~5천여 명을 격파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세웠다.
뿐만 아니라 터키군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5월 주둔지 일대에 ‘앙카라 고아원’을 설립하며 인도주의를 실천했다. 통역관으로 복무한 지동익 선생의 제안으로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을 보살피고자 만들어진 고아원은 누구의 지원도 없이 순수하게 군인들의 월급만으로 운영됐다.
특히 1953년 휴전된 이후에도 터키군은 잔류중대가 완전히 철수한 1966년까지 지역 고아들을 지속적으로 돌보았다. 14년 동안 이곳을 거친 지역 어린이만 640여 명.
터키군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들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수원시는 지난 2012년 서호초 앞길에 ‘앙카라길’이라는 명예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고, 2013년 ‘앙카라학원공원’을 조성하는 등 터키군을 기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서호초교를 지난 19일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 대사(53)가 찾았다. 특히 올해로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그는 아주 특별한 제안을 하나 건넸다. 서호초의 이름을 ‘
카라초’로 바꿀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양국 우정의 역사를 되새기자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서호초는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인 만큼 이름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도 학교 내 체육관 이름을 ‘앙카라관’으로 지정해 기념하기로 했다. 서호초 관계자는 “동문들의 반대도 있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름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지만 학교 일대가 역사적 공간인 만큼 터키 초교와 자매결연을 맺는 등 활발히 교류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옥찰 대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이날 앙카라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앙카라 고아원의 역사와 양국의 우애를 알리는 강연을 펼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옥찰 대사의 방문으로 터키와 수원의 특별한 우애를 더욱 돈독히 다질 수 있었다”면서 “현재의 앙카라학원공원을 확장하는 등 터키군이 우리 지역에 보여준 사랑을 기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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