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밭으로 변한 논… “올해 농사 끝났다”

‘최악의 가뭄’ 화성 사곶·용두리 염분 농도 상승… 벼 누렇게 타
일주일 내 비 안오면 농사 포기 市, 관정개발 등 대책마련 나서

“일주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염해 피해가 이 정도까지 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20일 오후 2시께 화성시 남양읍 사곶리에서 만난 김이수 이장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30년 동안 일궈온 논이 가뭄으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것도 모자라 염해 현상으로 모내기 한 벼 대부분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염해 현상은 토양 안에 염분 농도가 짙어져 생기는 현상으로, 식물의 잎을 마르게 하거나 고사시킨다. 주로 간척지 일대에서 발생한다. 

김씨는 “이번 주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이 맘 때쯤 파랗게 올라와야 할 벼가 노랗게 타버려 막막할 따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손 쓸 겨를도 없이 염해 현상이 삽시간에 퍼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발을 동동거렸다.

 

사곶리에서 용두리로 더 들어가자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파릇파릇하게 자란 벼 대신 염분 농도가 높아져 발생한 염해로 뒤덮인 농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특히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수장과 인근 호수는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염해로 뒤덮여 있었다. 

이 때문에 주변 식물들이 고사하는 등 일대가 황폐해졌다. 정권구 용두리 이장은 “매일 아침마다 1천여 평 이상의 논이 염해 현상 등으로 고사하고 있다”면서 “화성시에서 염해 현상이 확산되자 벼 대신 대체작물을 권하고 있는데, 작금의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하수 등을 이용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그것마저도 감감무소식”이라고 비난했다.

 

전체면적이 12만㎡에 달하는 사곶리와 용두리는 염해 현상으로 절반이 넘는 논이 고사한 상태로 파악됐다. 또 간척지로 개발된 인접지역 역시 염해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민들은 일주일 안에 강수량이 50㎜ 이상 기록하지 않을 경우 피해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화성시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피해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하수를 쓸 수 있도록 관정개발을 검토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가뭄과 함께 삽시간에 염해가 퍼져 수습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을 계속해서 파악하는 등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염분 뒤범벅 극심한 가뭄으로 화성시 바닷가 인근 농지에 땅 속 염분이 지표로 올라오는 염해(鹽害)가 발생,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20일 간척지에 만들어진 남양읍 서신면 사곳리의 한 논이 쩍쩍 갈라지고 지하에서 올라온 염분으로 허옇게 변한 가운데 모내기 한 모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오승현기자
염분 뒤범벅 극심한 가뭄으로 화성시 바닷가 인근 농지에 땅 속 염분이 지표로 올라오는 염해(鹽害)가 발생,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20일 간척지에 만들어진 남양읍 서신면 사곳리의 한 논이 쩍쩍 갈라지고 지하에서 올라온 염분으로 허옇게 변한 가운데 모내기 한 모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오승현기자
▲ 최악의 가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땅속 염분이 지표로 올라오는 염해(鹽害)로 농민들의 마음이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20일 농업용수를 대며 간척지에 만들어진 화성시 남양읍 서신면 사곳리의 한 저수지가 가뭄으로 말라 쩍쩍 갈라지고 지하에서 올라온 하얀 염분이 저수지를 뒤덮고 있다. 오승현기자
▲ 최악의 가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땅속 염분이 지표로 올라오는 염해(鹽害)로 농민들의 마음이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20일 농업용수를 대며 간척지에 만들어진 화성시 남양읍 서신면 사곳리의 한 저수지가 가뭄으로 말라 쩍쩍 갈라지고 지하에서 올라온 하얀 염분이 저수지를 뒤덮고 있다. 오승현기자

박수철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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