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냐… 박열이냐… 믿고 보는 감독들의 귀환

‘왕의남자’ 이준익의 ‘박열’ 관동대학살 사건 실화를 토대로 만든 시대극… 불꽃같은 청춘남녀 이야기
‘괴물’ 봉준호의 ‘옥자’ 월드 클래스 제작진들 참여 관심집중 탐욕한 세상에 맞선 험난한 구출여정

제목 없음-1 사본.jpg
▲ 박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감독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왕의 남자>(2005) 이준익 감독과 <괴물>(2006)의 봉준호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다시 한 번 시대극으로 돌아온 이 감독의 <박열>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이튿날인 29일에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트 피트가 공동제작자로 나서며 국내 최대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한 봉 감독의 <옥자>가 출전한다. 믿고 보는 감독들의 귀환으로 관객들의 행복한 고민이 예상된다.

■ 이준익 감독의 또 한 편의 시대극 <박열>

영화 <박열>은 간토(關東, 관동)대학살 사건, 1923년 그 당시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1902~1974)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토대로 한다.

 

간토대학살은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내각이 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빚어진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무고한 조선인 6천여 명이 학살 당하는 간토대학살이 벌어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려웠던 일본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적합한 항일운동 단체 ‘불령사’를 대역사건을 일으킨 비밀결사로 지목해 체포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일본 내각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끔찍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도록 스스로 황태자 암살 계획을 자백, 조선 최초의 대역죄인이 되어 사형까지 무릎쓴 공판을 시작한다.

 

이 감독은 20여 년 전 영화 <아나키스트>(2000)를 제작 중 자료 조사 과정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박열이 일제의 폭압에 강한 분노를 느끼고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도쿄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투쟁했던 것에 매료됐다. 배우 이제훈이 박열 역을, 신예 최희서가 가네코 후미코 역을 각각 맡았다. 

이제훈은 실존인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1923년 당시 발행된 신문과 항일 운동 조직의 단체 사진 등을 확인했다고. 일본 경찰에게 고문받는 장면에서는 곤봉 세례를 자처해 촬영 후 실신 상태를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 감독의 전작 <동주>에서 윤동주의 시를 살아하는 일본인 ‘쿠미’로 눈도장을 찍은 최서희는 이번에도 일본인으로 출연해 여배우로서의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실존 청춘’의 저항정신이 이 시대 관객에게까지 오롯이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제목 없음-5 사본.jpg
▲ 옥자
■ 봉준호 감독의 칸 진출작 <옥자>

영화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옥자를 이용하려는 미란도 그룹과 비밀 동물 보호 단체의 등장에 미자가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강원도 산골과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벌이는 모험극이다.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옥자>는 많은 이유로 주목받아 왔다. 제작 초기 할리우드 배우이자 플랜b 영화사의 프로듀서인 브래드 피트가 투자해 화제를 모았고,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와 손 잡으며 온라인으로 개봉한다는 점이 그랬다. 무엇보다 지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호평 받으며 관객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세계적인 배우와 제작진의 의기투합도 한 몫 했다. <설국열차>에 이어 두 번째로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춘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안서현, 변희봉, 최우식 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디파티드>, <노예 12년>, <문라이트> 등을 선보인 플랜B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인 디디 가드너와 제레미 클라이너가 제작에 참여했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론슨이 각본가로 참여했다. <괴물>에서 함께 했던 콘셉트 아티스트 장희철이 함께하면서 돼지, 하마, 코끼리, 매너티 등 다양한 동물의 요소를 섞은 약 100개의 캐릭터 중 지금의 옥자를 완성했다.

 

하지만 논란을 일으킨 지점도 있다. 넷플릭스가 투자·배급·제작을 맡으면서 극장에서 상영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100여 개 스크린에 걸리지만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멀티플렉스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고 선전할 수 있을 지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류설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