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21 사태(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로 통행이 제한된 지 5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청와대 앞길은 오전 5시30분(동절기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개방하고 오후 8시 이후에는 통행이 제한됐다.
이날 찾은 청와대 앞길에선 그동안 차량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는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의 “어디 가십니까?”라는 질문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경광등이 달린 교통 안내초소가 설치돼 있고 경찰 한 명이 이를 지키고 있었다. 개방된 지점은 춘추관과 분수대 광장을 잇는 길로 경복궁 담장 앞 보도만 해당된다. 청와대 담장 앞 보도는 여전히 일반인이 통행할 수 없었다.
청와대 앞길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족 단위가 많았고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간혹 탄성을 자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청와대 앞길에서 근무하던 경찰은 다정한 시선으로 시민들을 바라봤다. 이들은 시민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는가 하면 직접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친절한 청와대’라는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청와대 방향(경비나 보안이 필요한 시설을 제외)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보안 목표시설인 청와대 쪽으로의 사진 촬영은 청와대 정문 앞 등 특정지점에서만 가능했다.
가족과 함께 청와대 앞길을 찾은 김재숙 씨(50)는 “그동안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청와대가 가장 멀게만 느껴졌다”며 “사진조차 쉽게 찍을 수 없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많은 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 아주 좋은 곳이 국민에게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청와대 앞길 전면 개방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오후 8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을 비롯한 시민이 참여하는 ‘청와대 앞길 50년 만의 한밤 산책’ 행사를 했다.
강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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