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피 묻은 휴지 DNA분석에 꼬리 잡혀
범행 10년만에… 30대 ‘징역 15년’ 중형
지난 2007년 4월24일 오전 6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카페에서 여주인 L씨(당시 41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몸 곳곳에서는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나왔다.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범인은 쉽게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DNA를 의심인물 400여 명의 DNA와 대조하고 숨진 L씨의 통화내용을 분석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사건 발생 6년 뒤인 지난 2013년 7월25일 새벽 4시께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에서 귀가 중이던 A씨(33ㆍ여)를 폭행하고 현금 등 6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P씨(35)가 검거돼 구속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경찰은 P씨의 여죄를 조사하던 중 그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2007년 카페 여주인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P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낸 뒤 살인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P씨가 돌연 자백을 번복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죽은 여주인의 카페에 간 적은 있지만, 여주인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결국, 검찰은 P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데 실패했고 사건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그러던 지난해 말 수원지검 형사3부(박종근 부장검사)가 이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 현장에 피묻은 휴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즉시 휴지를 보관하고 있던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고, 휴지에 P씨와 숨진 L씨의 피가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L씨가 피를 흘릴 당시 P씨가 현장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P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법 형사12부(이승원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P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5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인은 경찰에서 자백한 뒤 검찰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자백을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자백 당시 범행 도구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해 허위자백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피가 혼합 검출된 휴지 등에 비춰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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