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금기시했고 불안하게 생각했다. 어느 때 그로 하여 무슨 변고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조건 ‘아는 길도 물어가는 것’이 제일 속편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은둔의 문화’를 과감히 떨쳐내고 1960~70년대 경제기적을 이룬 것은 우리 민족의 새로운 길을 찾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과연 어떻게 모두가 금기시했던 외국자본을 과감히 끌어들여,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중화학 공업을 일으켰고 세계시장을 뚫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 경제를 일으키는 것도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정신이 필요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바닥으로 추락하는 미국 경제를 일으킨 것이 벤처기업이었고, 그 중심이 실리콘밸리였듯이 지금 대한민국의 침체에 빠진 경제를 도약시키는 길 역시 제4차 산업혁명, 특히 벤처기업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벤처’는 그 말의 뜻처럼 모험성이 높고 그래서 실패율도 크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웠다면 오늘날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 같은 세계적 기업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
우리도 서울의 테헤란로가 말해주듯 이 분야에 열정적으로 뛰어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테헤란로의 불이 꺼졌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우리의 벤처산업은 거품과 도산 등 시련을 겪었고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중대한 국면 전환을 위해 몸부림 쳐왔다.
이미 인천의 송도밸리는 주위의 생산시설과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 벤처의 희망이 되고 있으며 대전시는 지난 대선 당시 ‘대전을 대한민국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한층 고무되어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역시 벤처산업의 선도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등 지방 곳곳에서 벤처에 대한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기업과 벤쳐를 다룰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과학산업도시가 곳곳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것이 새로운 경제 도약과 일자리 창출에 결정적 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않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거듭 진화했는데 우리는 옛 모델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실리콘밸리의 중심 축이 IT였으나 이제는 DT(Data Technology)로 옮겨지고 있다. 바둑에 알파고가 등장했고, 드론과 무인자율주행 자동차가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으며 산업현장에는 로봇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거대한 공룡같은 중국과 인도가 총력적으로 벤처산업을 추격해오고 있어 긴장을 풀 수 없다. 연구진의 확보, 자금과 정보의 지원체계, 그리고 주위에 생산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모처럼 불붙은 벤처의 열풍이 장관자리 하나 늘리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적으로 시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문성과 함께 새 항로를 개척하려는 뜨거운 열정이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