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주차중인 법령에… 밤마다 ‘주차대란’

새로지은 아파트마다 주차공간 태부족 불법주차 등 몸살
20년 전比 자동차수 14배 급증했는데 관련법은 그대로
지자체 “주차면 확보 뾰족한 방법없어, 법 개정이 최우선”

아파트와 주택 내 주차장 설치 면수를 정하는 현행법이 20년여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도내 곳곳에서 ‘주차대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해마다 자동차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차공간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현실과 맞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아파트 등의 주차장 설치 면수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건설사 등은 세대당 주차대수가 1대(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 0.7대)이상이 되도록 주차면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991년 제정된 이 법이 1996년 개정된 이후 바뀐 적이 없어 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수원시 권선구 A 아파트(1천100세대)는 밤 9시만 되면 주차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인근 도롯가에 주차하는 등 밤마다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입주민 K씨(42)는 “입주가 80%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주차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세대당 주차대수가 1.16 대 1로 교통영향평가를 받았다는데, 1가구당 2대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1천368세대 규모의 광교 B 아파트도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1.14로 주차공간이 모자라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특히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차량 수는 주차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도내 등록된 자동차(비사업용 승용차, 승합)는 437만 6천596대로, 법이 제정된 20년여 전과 비교해 14배(지난 1990년 30만 3천407대)가량 증가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건설사들은 부족한 주차면을 확보할수록 분양가가 올라 주차공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B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대부분이 최소한의 법적 주차대수보다 조금 높게 주차대수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주차공간을 확보할수록 분양가가 상승해 공간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 일선 지자체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주차면을 확보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C 지자체 관계자는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주택단지 내 충분한 주차면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차대수를 늘려야 한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법 개정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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